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외국인들의 한국시장 이탈이 재점화하고 있다. 꾸준히 국내 상장채권을 순매수했던 외국인들이 11월부터는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고 국내 금융회사들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프리미엄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7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월 들어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3조2,414억원을 처분했고 채권시장에서도 1,480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리스ㆍ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계 자금이 순매도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계는 주식시장에서 2조1,539억원, 채권시장에서 2,023억원을 각각 빼갔다. 한국 상장채권을 지속적으로 매입했던 미국자금도 주식시장에서 4,623억원, 채권시장에서 3,553억원을 각각 팔아치웠다. 유럽계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8월 3조5,649억원, 9월 9,716억원, 10월 3,757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매도규모를 줄였지만 이달 들어 매도강도는 위기 초반인 8월 수준에 육박했다. 미국계 자금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8월 1조2,918억원, 9월 1,030억원의 순매도에서 지난달 2,68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가 한 달 만에 순매도로 되돌아왔다. 지난주 우리나라를 방문한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펀드멘털은 튼튼하고 한국 국채는 투자수단으로 매력적"이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한국 국채는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지만 유럽사태가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국채를 내다팔기 시작한 것이다. 정복용 한국은행 외환분석팀 과장은 "통화안정증권과 리보(Libor)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재정거래(arbitrage) 유인이 높아지고 있지만 외국인 채권투자규모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며 "유럽사태로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2ㆍ4분기 53억2,000만달러에 달했던 외국인 채권투자 규모는 3ㆍ4분기 37억8,000만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외국인이 국내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한국 금융시장 지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은행들의 부도위험도 치솟았다. 지난주 뉴욕시장에서 7개 한국 시중은행의 평균 CDS프리미엄은 230bp(1bp=0.01%포인트)까지 올라갔다. 하나은행의 CDS프리미엄이 248bp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240bp, 국민은행 233bp, 기업은행 222bp, 산업은행 221bp, 수출입은행 217bp 등을 나타냈다. 한국 시중은행들의 부도위험은 지난달 초 287bp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지난달 말 169bp까지 내려갔었다. 2014년 4월 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지난달 말 162bp에서 175bp로 13bp 올랐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외화자금을 장기로 차입해 단기로 운용하는 등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비해 은행들이 외화자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