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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토박이 박모(남)씨. 30대 후반의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지난 24일 월차를 냈다. 이날은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렸던 날. 경기장소는 대구였지만 OB(두산 전신) 시절부터 골수팬이었던 그는 기꺼이 오전6시40분 서울역발 동대구행 KTX 열차에 몸을 실었다. 박씨는 "오전7시 이후 표는 특실까지 매진됐다"고 했다.
약 2시간을 달려 도착한 대구구장. 포스트시즌 티켓이 지난 2010년부터 전량 예매로 바뀌면서 1박2일 텐트족은 사라졌지만 오후3시부터 풀리는 예매 취소분에 기대를 거는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팬들 사이에서도 박씨가 입고 나온 한정판 포스트시즌 재킷은 단연 화제였다. 두산이 300개만 내놓은 이 흰색 재킷은 15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출시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마침내 플레이볼. 박씨 일행 4명은 경기 중 치킨 3마리와 피자 3판, 맥주 10캔을 가뿐히 먹어 치웠다. 한국시리즈 기간에 경기장은 물론 일반가정에서도 치킨ㆍ피자 등의 주문이 빗발치면서 외식업체들은 가을야구 특수를 누린다. 닭고기 업체 하림의 주가는 가을야구 효과 때문인지 2개월 전부터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위해 박씨가 쓴 돈은 어림잡아 30만원. 출혈이 만만치 않지만 가을야구가 소원인 탈락 팀 팬들로서는 부럽기만 한 작은 사치다.
가을야구로 통칭되는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키워드는 '돈'이다. 돈이 도는 포스트시즌이다.
올 시즌은 특히 사상 최초로 서울이 연고지인 세 구단이 전부 가을야구 무대를 밟으면서 분위기가 확 살았다. 입장권이 정규시즌 때보다 3~4배 비싸 최고 8만원에 이르는데도 빛의 속도로 매진됐다. 어떤 구단은 포스트시즌 특별 유니폼 판매로만 7억원을 벌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의 예상 입장수입은 100억원 안팎. 우승팀은 30억원이 넘는 보너스를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