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고 명쾌한 심판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솔로몬의 심판을 연상한다.해방 후 이 땅의 자본주의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상호 협조, 보완하면서 발전했다. 산업자본은 이 땅에 기업을 만들고 산업화하면서 상품의 생산 및 고용을 창출해 국민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자본은 금융중개 및 자본분배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며 기업과 가계가 필요로 하는 자금의 공급원으로, 가계의 저축수단으로서 산업자본을 지원했다.
어느 나라든 지하경제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제도금융을 근간으로 하되 지하금융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지하금융은 해외시장금리보다 훨씬 비싼 고금리를 바탕으로 불로소득을 취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이런 왜곡된 지하경제와 불로소득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조세의 형평성, 소득과 자원의 비효율적 분배, 생산성 저하 등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사금융 등 이른바 지하경제의 팽창은 결국 정부로 하여금 금융산업에 대한 지나친 개입과 규제를 초래했고 이같은 간섭은 제도금융권의 효율적인 금융중개기능 및 자금분배기능을 가로막았다.
이에따라 금융기관의 신용할당은 상대적으로 교섭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및 가계자금수요를 고금리의 사금융이나 지하경제가 대신하게 해 기업의 부실화와 산업자본의 고사를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제 금융개방의 물결이 가속화됨에 따라 정부는 기업들의 해외자금조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다각적인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규제철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같은 조치는 기업들에게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신용도가 추락, 양질의 해외자금을 차입하고 싶어도 한국물에 대한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자금조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세계화의 길목에서 국내업체의 생존은 물론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 기존 금융산업에 편중된 정부의 선택을 산업활성화에 치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솔로몬의 현명한 심판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