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체감물가」 급등… 서민은 숨가쁘다

◎“1주일치 찬거리 사려면 10만원 수표도 모자라요”/개인서비스료·농수산물가격 지난 5년새 사실상 백% 올라/본지 조사/주부들 “시장가기 겁난다” 하소연/정부 물가안정 발표 믿는 이 없어/허리띠 졸라매도 허덕… 민생안정 언제나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물가가 90년대 이후 지나치게 치솟아 서민가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새 월급봉투는 나름대로 두꺼워졌지만 실질적으로 생활수준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데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은 미미하지만 막상 주부들이 시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물가는 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동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5%였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그러나 일반시민들 가운데 이 수치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민들은 『이러한 통계가 한낱 수치놀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수물가」와 서민들의 「체감물가」간 격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하루가 다르게 가벼워지는 장바구니 무게로 주부들이 재는 「장바구니 물가」는 숨가쁘게 오르고 있다. 5년전인 92년 3월 물가와 97년 3월의 물가를 비교해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8%. 연평균 5%정도 상승한 꼴이다. 또 명목임금상승률은 92년 전산업평균임금이 86만9천원에서 96년말 임금은 1백36만8천원으로 50만원정도 올랐다. 수치상으로는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웃돌아 서민들의 생활형편이 훨씬 향상돼야 하지만 생활의 질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이는 서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신선채소와 육류, 식품류 등 농수산물가격과 개인서비스요금, 전기·상하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이 당국이 발표한 상승률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이다. 본지조사결과 개인서비스요금과 음식값, 농수산물가격은 지난 5년동안 평균 1백%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서비스요금의 경우 목욕료는 5년전 1천5백원에서 2천5백원, 구두닦는 요금도 8백원에서 1천5백원, 다방커피값은 한잔에 9백원에서 2천원으로 각각 올랐다. 또 시내버스요금은 일반이 2백10원에서 4백원, 좌석은 5백원에서 8백원, 지하철은 1구역이 2백50원에서 4백원, 택시요금도 40%정도 뛰었다. 음식값도 덩달아 뛰어올라 가계에 부담을 주기는 마찬가지. 자장면은 5년전 한그릇에 1천5백원에서 2천5백원, 짬뽕은 1천7백원에서 3천원, 설렁탕은 3천원에서 5천원, 냉면은 3천5백원에서 5천5백원,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2천5백원에서 4천원으로 각각 올랐다. 5년전에는 1만원짜리 한장으로 세사람이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세사람이 설렁탕이나 냉면 한그릇씩 먹고 커피한잔 마시면 2만원에 몇천원을 보태야 한다. 회사원 박모씨(40)는 『점심값 부담이 만만치 않다. 요즘은 직장상사나 선배 한사람이 점심값을 내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며 『가족들과 외식 한번 하려면 최소한 10만원은 들어간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이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평소에는 감히 외식할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일반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농수산물가격도 상당히 올랐다. 쌀은 한가마에 5년전 10만8천원에서 16만1천5백원, 배추는 1포기에 9백원에서 1천5백원, 시금치는 한단에 1천5백원에서 2천원으로 올랐다. 또 1㎏에 1천원하던 상추는 2천원, 1㎏에 4천원하던 잘자란 풋고추는 8천원은 줘야 살수 있다. 양념류도 질세라 양파는 1㎏에 1천3백원에서 1천6백원, 깐마늘은 3천5백원에서 5천원에 팔리고 있다. 과일류의 경우도 사과는 중품이 개당 7백원하던 것이 8백원, 배는 2천원하던 것이 3천원으로 올랐으며 수산물은 갈치가 한마리에 1만원, 조기는 1만3천원, 고등어는 2천원이 넘는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주부 강모씨(38)는 최근 들어서는 시장가기에 겁이 난다.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올라 속상하다. 저녁한상 차리려면 지난해 이맘때보다 50%는 더 든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물가와 시장에서 부딪치는 물가와는 너무 차이가 난다. 1주일치 반찬거리와 잡화를 함께 사기 위해 슈퍼마켓에 가려면 10만원짜리 수표도 모자란다』고 강씨는 하소연했다.<연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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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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