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이왕이면 다홍치마


광고업계에서는 한 가지 절대 법칙이 존재한다. 미인(Beauty), 아기(Baby), 동물(Beast)을 이용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3B법칙이 그것이다. 이중 단연 손에 꼽히는 게 미인. 동성에게 경쟁심을 자극하고 이성(異性)을 매혹시켜 흥행 효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바야흐로 외모가 마케팅 상품으로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세상이다.


△인간은 예로부터 자신이 가진 외모의 아름다움을 부의 축적이나 신분상승의 기회로 종종 이용해왔다. 당나라의 측천무후가 중국 최초의 여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나, 조선 숙종 때 희빈 장씨가 왕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빼어난 미모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서 외모는 수단에서 상품으로 모습을 바꾼다. 성(性) 상품화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각국에서 뭇 남성들의 지지 속에 매년 미인선발대회를 열고 방학이나 휴가철 전국 각지의 성형외과에 여성들이 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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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양극화와 물질만능의 심화는 외모 편향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사회 구조는 능력이 아닌 육체의 매력을 통해서라도 출세와 부의 기회를 거머쥐어야 한다는 의식을 키웠다. 부의 불균형이 교육의 양극화로, 다시 취업 기회의 박탈로 이어지면서 일자리로부터 멀어진 청년들에겐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화장품 매장과 네일숍에는 여심을 뒤흔드는 미남 직원들이 전면에 나서고, 멋진 청년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커피숍이 증가하는 것은 외모의 상품화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그 폭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성형도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에서 잘생긴 아르바이트생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3% 더 많은 수입을 올렸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외모를 으뜸으로 여기며 '이왕이면 다홍치마'를 외치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은 서로 공존하는 것이라는 동양사상의 조화는 책에서나 존재하는 희미한 추억일 뿐이다. 이대로 가다간 미남 미녀만 넘쳐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그 때가 되면 평범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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