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노동운동의 틀 바꿔라] <1> 노동계도 '브랜드 이미지' 높여라

'메이드 인 코리아' 가 파업으로 얼룩진다<br>"노사 싸우며 물건 잘 만들겠나" 국외인식 확산<br>낡은 이데올로기속 강경투쟁… 여론도 등돌려<br>변화흐름 직시, 상생위한 경쟁력회복 모색해야



[노동운동의 틀 바꿔라] 노동계도 '브랜드 이미지' 높여라 '메이드 인 코리아' 가 파업으로 얼룩진다"노사 싸우며 물건 잘 만들겠나" 국외인식 확산낡은 이데올로기속 강경투쟁… 여론도 등돌려변화흐름 직시, 상생위한 경쟁력회복 모색해야 관련기사 • 中의 '治' 日의 '和'에서 新노사문화 배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지난 1970년, 평화시장 재단사로 일하던 전태일은 온몸에 불을 사르고 죽어가며 이렇게 절규했다. 지금으로선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주장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는 외치기 어려운 때였다. 그가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죽음의 외침은 결국 쉬는 날도 없이 작업에 시달리면서도 가난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던 젊은 여공들이 차츰 인간다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밑거름 역할을 했다. 한국 노동운동이 지난 30여년간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도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각별한 배려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잇단 비리 쇼크’로 얼룩진 대기업 노조의 노동운동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은 과연 ‘노조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의문을 품게 된다. 취업장사와 노조기금 유용, 각종 시설물 건립 관련 비리 등 ‘특권노조의 이권’과 관련된 이슈가 하루가 멀다 하고 불거지고 있다. 이는 노조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英?館쳐譏獵?사례다. 하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이 같은 ‘특권의식’과 ‘막가파식 강경투쟁’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질곡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노동운동이 고유의 브랜드를 갖추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노동계도 ‘한국의 얼굴’이다=최근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중인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한때 강성 노동운동 지도자로 활약했다. 하지만 그는 집권하자 마자 노조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 국가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과감히 메스를 들이댔다. 이 과정에서 지지세력의 반발도 컸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브라질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되살리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우리는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국경제를 갉아먹는다는 말을 듣곤 한다. 한국의 브랜드가치를 실제보다 낮추는 요인중의 하나는 역시 노조 문제다. 국가경제가 침체에 빠지고 회사마저 어려움에 처해도 강경투쟁만 하면 언제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노동계 행태는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전해지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무리한 노동운동은 결국 외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우리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우려했다. 실제 외국의 경쟁업체들은 이 때마다 ‘한국 기업은 노사분규에 시달리고 있어 제품을 제대로 만들 지 못하고 납기도 맞추기 어렵다’는 식의 흑색선전을 일삼는다. 이런 행태가 계속되는 한 한국기업, 더 나아가 한국의 미래는 암담할 수 밖에 없다. 회사의 미래는 곧 노조의 미래다. 노조는 이제 파이를 키워가며 상생의 길을 걸을 지, 아니면 낡은 이데올로기에 갇혀 소모전을 계속 이어나갈 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계로서는 잇단 비리쇼크로 ‘반성’마저 자연스러운 지금이 절호의 찬스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일자리 장사’가 아닌 ‘일자리 창출’에 나서라= ‘2년 임금동결, 그리고 7년 일자리 보장’. 유럽 최대의 자동차 회사이자 세계 4위의 자동차 메이커인 독일의 폴크스바겐 노사가 지난해 11월 일궈낸 빅딜내용이다. 노사는 2007년까지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2011년까지 6개 공장, 10만3,000여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는 ‘기업이 직원들의 고용과 복지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업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한 결과다. 이처럼 한때 ‘노동과 복지의 천국’이라 불렸던 유럽을 비롯,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대다수 노조들은 낡은 투쟁의 이념보다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더 몰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대기업 노조는 여전히 사측이 건드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파워를 자랑하면서 자신들의 몫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일자리 창출에 저해가 된다. 노조가 ‘일자리 장사’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생산성을 등한시한다면 피해는 곧바로 黴탔?아들딸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우리의 현실은 노조가 자신들의 임금과 고용문제에만 집착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며 “심지어는 노조도 이제 회사와 손을 잡고 새로운 인적자원 개발에까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달라진 세상을 ‘직시’하라= 지난해 여름 장기파업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GS칼텍스 노조는 지난해 11월 결국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파업주동자 구속 8명, 파업기간 중 무노동 무임금 적용, 노조간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20여일 넘게 벌인 파업의 끝은 너무나 초라했다. GS칼텍스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는 한국 노동운동의 커다란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물론 상당수 일반 조합원들까지 명분 없는 지도부의 투쟁노선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정부와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노조는 이미 사회적 강자라는 인식을 노동계 스스로(?)가 심어준 결과 국민들의 여론도 더 이상 노동계에 호의적이지 않다. 결론은 ‘노동계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백지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지금 노동현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일이다.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회복할 수 있는 묘안을 진심으로 짜내야 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전쟁의 시대에서 노조가 내 몫 찾기에만 몰두하다간 노사 모두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며 “경제침체 속에서 하루하루 생활에 쪼들리고 있는 국민들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져 경제가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정상범차장(팀장)·이진우·한동수·김호정·민병권·김상용기자 ssang@sed.co.kr 입력시간 : 2005/05/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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