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지은 |
|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어느 날 취업에 성공했다며 사무실까지 찾아와 호두과자를 전해주시는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몇 천원짜리이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분에게는 적은 게 아니잖아요."
지난 1월 개소한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 청ㆍ장년 상담 알선팀에서 근무하는 석지은(36ㆍ사진)씨는 "살아가면서 잊지 못할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그는 "누군가에게 다시 희망을 갖게 했다는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석씨를 포함해 센터에서 일하는 전문 상담사 24명의 일과는 오전9시 내부 전산망을 통해 전날 접수된 구직 알선 요청서를 확인하는 작업으로 시작한다. 전날 퇴근 후부터 출근 전까지 접수된 구직 알선 요청서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어떤 구인기업과 연결해줄 수 있을지도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센터 홈페이지(http://job.seoul.go.kr)에 회원으로 가입한 구직자들을 상대로 실제 취업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오전의 중요한 일과다. 당장 취업할 뜻이 없어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가입한 '허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석씨는 이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실제 구직 의사가 있는지, 있다면 경력과 희망직종ㆍ근무조건ㆍ희망연봉 등은 어떤지를 빼곡히 기록한다. 적당한 구인기업이 나타나면 바로 연결해주기 위해서다.
이러다 보면 오전이 훌쩍 지나가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는 오후가 기다린다. 오후에는 주로 센터로 직접 찾아온 구직자들을 대면 상담한다. 한명을 상담하는 데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도 걸린다.
구직자들은 20대 후반의 청년 백수부터 50대 실직 가장들까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알선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신세한탄도 들어주고 인생설계도 함께 해줄 때가 많다. 석씨는 "요즘에는 하루 3~5명 정도이지만 한창 많을 때는 20명도 넘어 화장실에 갈 시간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9개월여 동안 기억에 남는 사람도 많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한 30대 후반 남성은 직업 특성상 잦은 이직 탓에 좀더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다. 호기롭게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단다.
막막해 하던 그는 센터 문을 두드렸고 1년간 직업전문학교를 다닌 뒤 자동차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석씨의 도움을 받아 한 운전면허시험장 정비사로 일하고 있는 그에게 일자리플러스센터가 제2의 인생을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능력이나 노동시장의 현실은 생각지도 않고 모든 여건이 좋은 직장만을 원해 속을 끓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석씨는 "식당에 가도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주문하는데 구직자 중에는 '아무거나'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직설적으로 말하면 좌절하거나 거부감을 갖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스스로가 자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일처럼 헌신적으로 일한 덕분에 지난달 시장표창까지 받은 석씨는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신용회복위원회 등 다른 기관들을 전전하다 마지막에 오신 분들"이라면서 "그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줄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일하고 있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