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도 은행ㆍ자산운용사간 강제성 공적금(MPF)시장 장악을 위한 경쟁이 뜨겁다. 홍콩의 MPF제도가 시행되면서 초기 시장은 단연 판매채널 등을 갖추고 있는 은행과 보험이 장악했다. 2004년 12월 말 기준 홍콩 최대 은행인 HSBC가 전체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HSBC는 자회사인 항생은행(Hang Seng Bank)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33%에 달한다. 또 보험사인 맨뉴라이프(Manulife)와 AIG의 점유율도 각각 15%, 10%로 은행ㆍ보험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마이클 하 HSBC은행 이사는 “HSBC은행은 판매 채널은 물론, 운용, 신탁 등 MPF 관련 모든 틀을 갖추고 있다”며 “홍콩에서 HSBC의 오랜 역사와 인지도가 초기 MPF시장 장악에 절대적인 이점을 작용했다”고 말했다. HSBC는 실제로 MPF상품을 판매할 자격을 갖춘 직원이 3,000명을 넘고 홍콩 내 200개 이상의 지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주가 퇴직연금사업자의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퇴직연금상품’을 선택하면서 보험과 은행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펀드 성과’를 중시하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마크 코인 알리안츠 대표는 “초기에는 퇴직연금가입자들이 안정성과 브랜드 인지도 등을 고려해 은행ㆍ보험쪽을 선택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운용성적을 보고 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표적인 운용사인 피델리티나 알리안츠는 HSBC은행 등이 자사 펀드로 모든 상품을 구성하는 것과는 달리 타사 상품을 편입시켜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멀티-매니저(상품에 타 운용사 상품 1개씩 편입)로 승부수를 띄웠고, 알리안츠는 오픈-아키텍쳐(상품에 타운용사 상품 여러 개씩 편입)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코인 대표는 “RCM MPF Plan Growth Fund A 상품의 1년 수익률은 17.0%, 3년 수익률은 13,3%에 달하지만 은행ㆍ보험권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수익률은 각각 11~13%, 9.3~9.9%로 낮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로저스 투자이사 역시 “한 개의 운용사가 지속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운용사를 편입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