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12월 22일] <1582>전략비축유


'원유 비축과 자동차 연비 개선.' 포드 미국 대통령이 1975년 12월22일 서명한 '에너지 관리법(Energy Policy and Conservation Act)'의 골자다. 법 제정의 배경은 1차 석유위기. 산유국의 공급중단 압력과 유가급등을 겪은 뒤 대응책으로 법을 만들었다. 법은 효과를 거뒀을까. 자동차 연비 개선은 실패에 가깝다. 정부의 정책의지 부족과 업계의 무감각 탓이다. 결과적으로 연비가 좋은 수입차에 시장을 잠식 당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경영난에 빠져들었다. 전략적 비축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해외에서 기름을 사들여 루이지애나와 텍사주 연안의 소금 동굴에 파묻기 시작한 1977년 이래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확보한 전략비축유(SPR)는 7억2,400만배럴. 전국민이 59일 동안 쓸 수 있는 물량이다. 비축유는 '국제유가 조정'이라는 효과도 낳았다. 미국이 비축분을 방출 또는 매입을 확대한다는 소식만 들려도 국제유가가 요동치니까. 미국이 비축분을 방출한 것은 1991년 1차 걸프전과 2005년 태풍 카트리나 피해 당시 딱 두 번뿐이지만 방출설은 날마다 나온다. 문제는 비용. 855억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비축유는 '값비싼 보험'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략비축유가 구조적인 고유가 요인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수요를 초과하는 비축분만큼 유가가 상승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가 본격적인 비축에 나설 경우 유가가 더 뛰고 미국계 국제 메이저의 이익도 늘어난다는 음모론적 분석도 없지 않다. 석유 부족으로 전쟁에 졌다는 인식을 가진 일본은 160일분을 비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89일분을 비축했다. 필요하지만 비축할수록 유가가 오르는 전략비축유는 불안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업보인지도 모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