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산 모자라 비축유 확보 차질

내년 목표량 290만배럴중 30만배럴밖에 못사들여<br>석유수입부담금 인하후 '에특회계' 재원줄어<br>산자부 부담금 환원추진 재경부ㆍ정유사 반발

국제유가가 초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제3차 오일쇼크까지 염려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생존을 담보하는 정부의 석유 비축사업은 오히려 예산부족으로 차질을 빚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실종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비축유 확보가 차질을 빚는 이유는 에너지특별회계(에특회계) 재원이 지난 4월 석유수입부담금 인하 이후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 유류세와 부담금을 내려 국민부담을 감소시키자는 정책의 부작용이 현실화한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이에 따라 부담금을 환원할 계획이나 재정경제부와 정유업계가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과 석유수입부과금 감면에 다른 에너지특별회계 재원부족으로 내년 비축예산이 감축돼 비축 목표량인 290만배럴 중 서산기지 시험가동용 등유 30만배럴을 제외한 260만배럴의 비축유 구매가 어렵게 됐다. 올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당초 구입할 예정이었던 비축유 200만배럴 중 아직 한 방울도 사오지 못했다. 정부는 4월 고유가로 인한 국민부담을 감소시킨다는 취지에서 원유의 관세율을 3%에서 1%로, 수입부담금은 ℓ당 14원에서 8원으로 인하한 바 있다. 에특회계에 들어가는 수입부담금의 경우 월 370억원의 부족분이 생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기보유분에 내년 290만배럴, 오는 2006년 500만배럴, 2007년 1,080만배럴, 2008년 1,343만배럴의 비축유를 더해 에너지특별회계 예산으로 모두 1억1,100만배럴을 확보하기로 했던 정부의 중장기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현재 정부 비축유 보유규모는 55일분. 에너지특별회계 예산을 통해 구매할 1억1,100만배럴을 포함, 2008년까지 총 1억4,100만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해 비축유 규모를 72일분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뒤틀려질 판이다. 세계 각국이 고유가에 따른 수급불안에 대비해 원유 추가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너지 안보의 총체적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돈이 없어 미래를 대비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산자부와 석유공사는 이에 따라 추경예산을 따로 편성해 비축유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들어 추경이 이미 편성된데다 빠듯한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별도의 비축유 예산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추가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유류 특소세 인하 여부도 골치거리다. 특소세는 관세ㆍ수입부과금과 더불어 정부의 비축유 및 해외자원 개발의 주요 재원. 세금을 내려 고유가로 고통받는 국민부담을 줄이자는 주장과 에특회계가 부족하니 동결 내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산자부는 당장 세율을 뒤흔들기는 어려운 만큼 수입부담금만이라도 환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자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원부족으로 해외자원 개발 등 유가대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수입부담금 인하 기한이 만료되는 29일부터는 원래 규모로 환원하자는 내용으로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수입관세 인하조치의 연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여 혼선을 빚고 있다. 물가까지 들먹여 다시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어느 것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비축유 확보 재원부족은 고유가로 인해 발생했지만 시야를 국내로 한정시키면 석유에서 세금을 걷어 비축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국내 조세체계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고유가로 힘드니까 세금을 내릴 것이냐, 아니면 지금 어렵더라도 미래를 대비하는 데 주력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소비절약운동과는 반대로 석유소비가 늘어나야 재원이 증가하는 현 징세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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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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