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의 ‘론도(Rondo)’, 오지호의 ‘남향집’, 이상범의 ‘초동(初冬)’ 등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1920~30년대 근대 회화들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청장 김 찬)은 18일 우리나라 미술사와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작품 중 노수현의 ‘신록(新綠)’, 이상범의 ‘초동’, 이영일의 ‘시골소녀’, 배운성의 ‘가족도’, 김환기의 ‘론도’, 오지호의 ‘남향집’ 등 근대 회화작품 6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근대 화단을 대표하는 심산 노수현(盧壽鉉ㆍ1899~1978)의 초기작인 ‘신록’(1920년작)은규모나 표현 면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1920년대 우리나라 수묵채색 화단이 관념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전통산수화에서 근대적 산수화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청전 이상범(李象範ㆍ1897~1972)의 ‘초동’(1926년작)은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한 작품으로 근대기 수묵채색화의 새로운 화풍을 보여준다. 삼각형의 산봉우리 하나를 화면 위쪽에 배치하고 그 아래 농가와 논밭을 단일시점으로 그린 사생 풍의 산수화인데, 이른바 ‘청전양식’이 정착되던 시기의 작품이다.
춘천 이영일(李英一ㆍ1904~1984)의 ‘시골소녀’(1928년작)은 어린아이를 업고 있는 소녀와 여동생을 섬세한 표현력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가는 필선으로 인체의 윤곽선을 두른 기법, 호분의 사용 등에서 일제강점기의 화풍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1971년 창덕궁 창고에서 발견되어 보존처리 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왕가소장품 중의 하나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초로 독일 베를린과 프랑스 파리 화단에서 활동한 배운성(裵雲成ㆍ1900~1978)의 ‘가족도’는 근대기 가족사진을 연상시키며, 화가 자신을 포함해 가족 17명의 순간적 움직임을 포착했다. 근대기의 실제 초상형식으로 그려진 가족도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특히 귀중한 작품이다.
미술시장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수화 김환기(金煥基ㆍ1913~1974)의 ‘론도’(1938년작)은 음악적 경쾌한 리듬을 연상시키는 색 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피아노나 첼로 같은 악기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가 중첩돼 있다. 한국 근대화단에서 보기 드문 추상작품으로 예술성과 근대기의 새로운 조형 실험을 보인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다.
모후산인(母后山人) 오지호(吳之湖ㆍ1905~1982)의 ‘남향집‘(1939년작)은 고목 한 그루가 서 있는 뒤로 문을 나서는 소녀와 뜰 아래 누워 있는 개 한 마리가 평화롭게 그려진 풍경화다. 서구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양식인 인상파 양식이 국내에서 토착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이번에 등록 예고된 작품은 30일간의 등록 예고 기간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문화재로 공식 등록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