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섭정시대… 영향과 대응방안(긴급좌담)

◎“노사정 공동 「비상대책반」 설치해야”/김영수씨­총액대출한도 2조원이상 확대 세금납부 유예 등 지원책 마련 절실/김광식씨­단체수계·정책자금 큰폭 축소 불가피 벤처산업 활성화 등 실업최소화 노력/이윤식씨­금융기관 정리땐 기업 무더기 도산 정경유착 근절 등 정부 구조조정부터/최동규씨­대기업·정부 뼈깎는 자성으로 새 경쟁력 창출 전화위복 계기삼길/대기업·중기 기술개발 협력체제 구축 시급5백50억달러에 달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은 우리 경제에 「시련과 도약」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우리정부와 IMF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0%이내로 낮추고 9개 부실종금사를 조만간 정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IMF 구제금융은 국내 금융산업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따른 경제적 파장도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IMF 구제금융이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1일 하오 긴급좌담을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IMF 구제금융이 중소기업에게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중소기업에 앞서 정부와 대기업부터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비상경제대책반」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편집자주> ◇때·장소:12월 1일 한국일보사 송현클럽 □참석자 김영수 전자조합 이사장 김광식 중기청 지원총괄국장 이윤식 숭실대 교수 최동규 중기연 부원장·사회 ▲최동규 중소기업연구원부원장(사회)=결국 IMF구제금융을 받게 됐습니다. 당장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등 여러가지로 걱정거리가 많습니다. 반면 이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거쳐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IMF자금지원이 중소기업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지 얘기해 주십시오. ▲김영수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이사장(한국전장회장)=IMF금융지원이 국민과 기업들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중소기업은 은행에서 기한부수출환어음방식(D/A)이나 유전스(기한수출신용장방식)는 물론이고 일람불방식(At Sight)의 수출 네고(Nego)도 안되는 실정입니다. 중소업계는 IMF 관리로 대기업이 산업구조조정에 돌입하면 외형신장이 주춤하고 주문이 감소하며 지불조건이 악화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윤식 숭실대 교수(아시아중소기업포럼사무총장)=중소기업은 재정규모 축소와 금융기관 정리로 금융지원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우려합니다. 성장률 저하와 물가상승으로 구매력이 떨어져 중소기업의 무더기 도산과 대규모 실업이 예상됩니다. 부실 종합금융사도 이달중 정리해야 합니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8%의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해야 돼 신규대출은 억제하고 기존대출은 회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상수지 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1∼2%내로 축소해야 하는데, 1%만 축소해도 실업자가 20만명씩 나옵니다. 경제성장률도 2.5∼3%로 유지해야죠. 결론적으로 저성장, 고물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단계로 나갈 가능성이 많아 중소기업의 대규모 도산이 우려됩니다. ▲김광식 중소기업청지원총괄국장=우리 경제는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 위주의 규범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어왔습니다. 이제 새로 IMF가 원하는 새로운 경제환경에 맞춰야 돼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기업의 금융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우리 기업은 그동안 고비용저효율구조하에서 과도한 외부차입과 무리한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달라진 기업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최부원장=꼭 나쁜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거쳐 새로이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혹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교수=단기적으로 금융지원이 차단돼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생력을 키워 경쟁력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은 정부와 대기업에 타성에 젖어 끌려 왔습니다. 이제 대기업과의 관계를 유럽처럼 수평적 협력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김국장=중소기업이 경제의 주체가 돼야 합니다.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도 체중이 무거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자금지원을 계기로 중소기업도 구조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체질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대기업은 기술과 자금을 지원해주고 중소기업도 스스로 기술혁신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최부원장=어쨌든 중소기업에는 좋지 않은 영향이 많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긴급히 이뤄져야 할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국장=당장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이 줄어들 것입니다. 중소기업의 신규투자는 어려워지고 이에 따른 실업문제가 곧 닥칠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근로자들의 전직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됩니다. 지난 80년대 중반 미국이 일본에게 시장을 점령당했을 때 미국은 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강력한 구조개선과 새 직장 양산을 통해 실업자를 흡수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벤처기업을 활성화해 상당한 고용증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이같은 직장창출로 실업을 흡수해야 됩니다. ▲김이사장=대, 중소기업 모두 핵심부품은 대부분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데 양자가 공동개발하는 협력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금융 지원시 달러가 부족하면 원화로도 지원해야 합니다. 금융권이 여신회수를 서두르는데 심지어 기한이 되지 않은 것도 중단하고 있습니다. 당좌대월한도 확대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또 12월 종합소득세, 1월 부가가치세 등 세금납부를 일정기간 유예해 중소기업보호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당장 생산성 향상이나 구조조정으로는 부도도미노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수입관세를 탄력적으로 조정, 적용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총액한도대출 3조6천억원은 한보에 지원한 돈보다 2조원이나 적은 것입니다. 2조원 이상 올려 피부에 와닿는 지원을 해야 합니다. 진성어음할인 확대도 절실합니다. 은행지점장을 만났더니 은행이 생사기로에 있는데 중소기업 어음할인은 생각도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죠. ▲이교수=멕시코가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인 94년 그들은 성장률이 3%선이었습니다. 우리는 6∼7% 수준으로 씀씀이가 큰 것이 문제입니다. 언론에서 IMF의 금융시장개방압력을 많이 거론, 부정적인 인상을 풍기는데 이번 기회에 정부를 비롯 기업의 완벽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합니다. 인도네시아·필리핀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구조조정이 안되는 것은 정경유착 때문입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작은 정부 구현과 규제완화라는 정부의 구조조정이 급선무입니다. ▲김국장=단체수의계약은 전반적으로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앞장서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내년도 단체수의계약물량은 올해 수준으로 묶을 계획입니다. 또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내년도 연쇄부도방지기금을 1천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기로 했으며 공제기금도 확대할 생각입니다. 또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신용보증기관이 평가를 할 때 기술 위주로 바꾸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계획은 많이 세우고 있지만 IMF구제금융이 들어오면서 정부가 주고 싶어도 못줄 여건이 되지는 않을 지 염려스럽습니다. 각종 정책자금의 축소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대비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능직을 위한 직업훈련을 강화해야 됩니다. 또 정보화를 위한 교육여건이 수도권 외에는 충분하지 않는데 이를 각 지방까지로 확대해야 합니다. 인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정보화·자동화를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2차 구조개선사업에 매년 2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최부원장=어쨌든 이번 IMF구제금융을 계기로 각 경제주체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입니다.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 등에 대해 한말씀 해주십시오. ▲김국장=현 위기는 정부 힘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이제 정부 기업 근로자 가계가 모두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정신무장을 해야 합니다. 정부는 고통분담에 적극 동참하고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기업은 자구조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근로자는 합심해야 하며 가계는 정부정책에 호응해 소비절약을 해야 할 것입니다. ▲김이사장=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는 경제회생을 위한 「노사정비상대책반」을 설치해 노동과 구조조정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도 대기업 못지 않게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합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 중소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지하금융을 양성화해 이 돈이 은행에 입금돼 기업들에 정상적으로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제2의 새마을운동을 한다는 각오로 저축증대운동 등 경제를 살리자는 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교수=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기업 근로자 언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정부는 정책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갖춰야 합니다. 작은 정부를 실현하고 전자정부화도 추진해야 됩니다. 기업은 생산성향상과 책임경영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수출지향적인 자구노력과 함께 대,중기 계열화도 수평적 협력관계로 나가야 합니다. 근로자도 생산성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소비자도 외제나 대기업 제품만을 선호해선 안되죠. ▲최부원장=이번 IMF구제금융을 받게 된데는 대기업의 잘못이 크다는 생각입니다.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도 컸어요. 따라서 대기업은 물론 정부부터 먼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실천해야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합심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정리=한기석·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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