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루머에 요동친 달러貨

<파이낸셜타임스 2월24일자>

세계 외환시장이 보유외환 중 달러화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한국은행 보고서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심하게 요동쳤다. 한국은행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금리수준이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대상 통화도 다변화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한국은행의 발언에 대한 외환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해프닝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근본적인 이유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음은 분명한 일이다. 세계 최대 기축통화인 달러가 한국은행의 보고서 한 줄에 요동을 쳤다는 것은 분명 문제점이 적지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달러화 동향이 총 외환보유고가 2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는 지역경제의 성장에 힘입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노력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달러 매도에 나선다면 달러가치 급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설령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지 않더라도 달러화의 운명이 그다지 밝다고 볼 수 없다. 민간 자본들의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나날이 늘고 있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달러 매입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과도한 달러보유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한다고 해서 항성 성공을 거두리라는 보장은 없다. 유로화가 언제까지나 지금과 같은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시아 통화 대한 투자를 늘리려 해도 결국 아시아 통화의 절상으로 이어진다는 딜레마가 있다. 결국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의 자본손실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고 자국 통화가치 절상을 용인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의 원화와 일본의 엔화가치는 지난 2002년 이후 두드러지게 상승했다. 하지만 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어 이 같은 불균형이 아시아 외환시장과 역내무역에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중국의 주도 아래 자국의 통화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경제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잘 억제되고 있어 중국이 이에 동의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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