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강소기업에 눈 돌리는 취업준비생

대기업 취업문 좁아지며 옥석가려진 중견·중기 인기

취업 포털 조회수 50% 증가

취업특강·박람회도 인산인해


#지난달15일 강소기업 취업성공전략 특강이 열린 서울여대. 사전에 학교에서 예상하고 정해놓은 수강인원 한도는 50명였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사전 예약으로 50명이 금세 차더니 1차 추가 모집에 나선 것도 모자라 2차 추가 모집까지 해야 할 정도로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표출했던 것. 강의 후 학생들은 대부분 만족감을 표시하며 후속 특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강소기업취업박람회가 열렸던 코엑스의 전시장.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대졸 취업생들이 대거 몰려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몇몇 부스에서는 채용 상담을 받으려고 40분 이상을 기다리는 상황도 생겼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 인사팀 관계자 대부분은 과거와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서 깜짝 놀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대기업만 바라보던 취업준비생들이 강소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학가에서 강소기업 입사 대비 강의가 개설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서울 시내 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진 취업 강좌는 대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는 정규수업이나 교육 프로그램 일색이었다.


강소기업 취업특강에 참여한 서울여대 어지원(25) 학생은 "대기업에 집착하다가 취업 장수생의 길로 빠지는 선배들을 보며 처음부터 틈새시장을 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알짜 중견·중소기업에 가고 싶어도 관련된 정보를 어디서 얻을지 몰라 막막했는데 이번 특강이 중소기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해당 강좌를 담당했던 취업포털 커리어 소속 취업컨설턴트 A씨는 "지난해부터 중견기업과 강소기업이라는 이름이 사회적 인지도를 얻으면서 이러한 기업군에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서서히 늘었다"며 "지방 명문 사립대와 주요 국립대, 서울 시내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취업 교육 프로그램 중 일부로 강소기업 입사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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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주대는 자체적으로 중견기업 대표나 인사팀 관계자를 초청하는 입사 관련 강좌를 진행 중이다. 항공대, 세종대 등은 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지난해 회원사 기업 취업과 관련 강좌를 운영한 바 있다.

최근 코엑스에서 열린 강소기업 채용박람회 역시 과거와 달라진 분위기를 한번에 느낄 수 있었다. 40분을 넘게 기다려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채용 상담을 받았다는 취업준비생 B(31) 씨는 "지난해까지 반도체 설비 회사에서 일하며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술력이 탄탄하고 업계에서 인정받는 기업들을 자연스레 알게 됐다"며 "기업에서 막상 일해보니 사회적 인지도보다는 업무를 내가 주도적으로 해볼 수 있는 성장성이 있는 회사가 최고의 직장이란 생각이 들어 결국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관두게 됐다"고 담담히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성엔지니어링 인사팀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회사지만 그동안 청년 구직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과거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카이스트, 서울대 등 몇몇 고스펙자들도 현장에서 입사 문의를 밝혀 깜작 놀랐다"고 전했다.

최근 채용을 계획하거나 진행 중인 강소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반응 역시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예전보다 입사지원자의 스펙과 수준이 확연히 올라간 것은 물론 관심과 충성도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 지난해말 신입사원을 뽑았다는 유량계측시스템 업체 플로트론의 인사담당자는 "지난 채용의 경우 지원율이 예년보다 10% 이상 늘었다"며 "더욱 고무적인 것은 막상 뽑아놓으면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신입사원들은 입사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퇴사한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동안 소외받던 중기·중견기업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대기업 취업문이 좁아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강소기업과 중견기업이란 말이 사회적 인지도를 얻으며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생들 입장에서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알짜 기업을 고를 수 있다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강소기업 기준에 부합하는 중견·중소기업들을 히든스타 카테고리로 분류해 채용공고를 별도로 내보낸 결과 지난 4월 기준으로 공고당 조회수가 약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성만 잡멘토 대표는 "취업난이 고착되면서 학벌과 스펙이 좋은 취업준비생들도 알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지만 사회적 인식 때문에 지원을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소위 명문대를 나와 중견·중소기업에서 자기 분야를 구축하며 일하는 성공 사례가 많이 소개된다면 취업준비생들의 심리적 거부감은 더욱 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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