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2일 우리홈쇼핑을 인수, 마침내 숙원사업인 홈쇼핑 사업에 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온ㆍ오프라인을 모두 갖춘 명실상부한 ‘유통제국’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 뿐 아니라 까르푸 등 수 차례 M&A에서의 실패를 만회하며 자신감 있게 제2의 도약을 추진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방송위원회 승인, 2대주주인 태광과의 관계 회복 등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아 아직 ‘만세’만을 외칠 상황은 아니라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 롯데, 마침내 홈쇼핑 입성
롯데는 이 날 우리홈쇼핑 지분 53.03%(424만여주)를 주당 11만원에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총 인수금액은 4,667억원. 지분은 경방과 특수관계인 지분 30.16%와 우호지분 22.87%로 구성됐다. 여기에는 지난달 미리 286억원에 매입해 둔 전남방직과 동원의 지분 3.25%도 포함돼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 94년과 2001년에 홈쇼핑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선정에 참여하는 등 예전부터 홈쇼핑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다가 마침내 홈쇼핑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며 “앞으로 온ㆍ오프 라인의 특장점을 제대로 살려 유통명가의 명성을 한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방측은 “그 동안 두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경영권 유지 비용이 높아진데다 우호지분을 계속 붙들어둘 수 없어서 우리홈쇼핑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며 “롯데가 유통업에 전문성을 갖춘 점을 높이 평가해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 홈쇼핑 운영 어떻게 할까
롯데쇼핑은 처음부터 우리홈쇼핑의 경영방향에 크게 변화를 주기 보다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서 서서히 롯데의 색깔을 입혀나갈 방침이다. 첫 진출하는 홈쇼핑사업에 이른바 ‘소프트 테이크 오프’를 통해 원만하게 데뷔하겠다는 것.
실제 롯데는 이날 “우리홈쇼핑의 설립취지에 맞게 중소기업상품의 활성화와 중소기업 육성에 기여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라며 “고용승계 등 우리홈쇼핑의 경영계획을 지속시켜 안정적 경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순매출 2,271억원으로 업계 4위에 머물러있는 우리홈쇼핑을 한단계 도약시키려면 롯데가 갖고 있는 고객관리 등을 활용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백화점과 연계한 상품발굴 및 서비스개발, 물류 및 재무관리 노하우 등이 어떤 형태로든 홈쇼핑 사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롯데닷컴과 우리홈쇼핑의 인터넷쇼핑몰인 우리닷컴이 중복되는 만큼 이에 대한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 아직도 걸림돌은 많아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해법 찾기도 쉽지 않아 롯데의 시름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걸림돌은 우리홈쇼핑 2대주주인 태광그룹. 롯데가 홈쇼핑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국내 최대 MSO(복수종합유선사업자)인 태광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정규방송 채널 사이사이의 좋은 채널 확보가 홈쇼핑 매출 증대를 위한 선결조건이기 때문. 하지만 태광의 행보를 보면 롯데와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분위기다. 태광측 경영자의 “롯데와의 협조는 절대 없다”는 공언과 며칠간 우리홈쇼핑 방송 송출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에서 ‘불타는 전의’는 쉽게 감지된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연말 예정인 양측간의 방송송출 재계약에 난항이 예상된다.
방송위원회 승인도 문제다. 최대주주가 변경되기 때문. 그러나 2001년 우리홈쇼핑 허가 당시 중소기업 유통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롯데측을 배제했던 만큼 위원회 승인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거쳐야 할 관문 중의 하나다.
또한 유통지존인 롯데를 마뜩 찮게 보는 홈쇼핑업계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자 모두 SO를 보유하고 있는 GSㆍCJㆍ현대홈쇼핑은 보수적인 SO업계 관행상 똘똘 뭉쳐 롯데를 ‘왕따’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