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LG그룹:16/멕시칼리 가전공장(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36)

◎“하자율 0” 깃발 미 TV공략 박차/근로자 생산실적 매일공개 「자발적 경쟁」유도/작년 미사인수 「고브랜드­제값받기」 작전 성공/“98년 점유율 1위로”… 신멀티제품 개발 승부도미국 남부휴양도시인 샌디에고시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 30분 남짓 달리면 엘 센트로라는 국경도시에 도착하게 된다. 엘 센트로는 스페인어로 「가운데」란 뜻. 이곳에서는 「사막 한가운데」를 의미한다. 이곳으로 가는 길 내내 황량한 사막과 구릉지대가 끝없이 펼쳐지는 모습은 이 국경도시의 이름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곳에서 미국 국경마을 칼렉시코를 지나 멕시코 국경에 진입, 승용차로 다시 40분 가량을 달리면 LG전자의 가전공장이 있는 멕시칼리에 도착하게 된다. 멕시코와 캘리포니아(칼리포르니아)를 합해서 붙여진 이 도시는 바하 칼리포르니아의 주도로 인구 80만명의 대도시. 멕시칼리 도심에 위치한 LG 멕시칼리공장(LGEMX)의 연말은 지난 10월부터 생산성 10% 향상을 위한 막바지 1백일작전을 전개하느라 매우 부산한 모습이었다. TV 4개라인, 모니터 1개등 5개라인으로 조성된 이 공장은 컬러TV 생산량을 종전의 하루 6천3백∼6천5백대에서 7천2백∼7천3백대로 높이기위해 근로자들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주며 생산성향상 운동을 펴고 있었다. 라인별로 2천대(TV와 VCR을 합친 컴보TV는 생산성이 떨어져 1천2백­1천3백대 목표)를 생산한다는 목표. 임길포 LGEMX대표는 『근로자들이 한번 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하루 7천대가량 만들고 있어 올해는 지난 89년 공장 가동이래 생산누계 5백만대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생산규모는 인근 티후아나시에 진출한 소니(1천5백대)보다 높은 수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당근으로는 각종 수당 및 본사연수, 쿠폰 지급등 다양하다. 또 근로자들이 일주일단위로 전원 출근했을 땐 팀원들에게 만근수당을 지급한다. 부지 2만5천평, 건평 5천평 규모의 이 공장 라인에는 품질향상과 생산성향상을 강조하는 스페인어표어가 붙어 있다. 「품질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진다」, 「모든 제품을 하자가 없도록 잘 만들어 내자」등등. 또 라인마다 벽에 현재의 누계 생산대수, 하루 생산량, 팀별 및 근로자들의 생산현황을 알리는 숫자로 근로자들의 경쟁심을 고취시키고, 매달 우수사원을 뽑아 사진과 공적사항을 함께 게시판에 붙여 자긍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멕시칼리공장은 지난 89년 자리잡은지 7년만에 미주, 중남미가전 공략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지로 부상했다. 이는 외형신장세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 1억9천만달러에서 25% 늘어난 2억3천만달러가 예상되며, 내년엔 기존 TV라인 외에 모니터가 추가되면 3억달러로 30% 늘어나게 된다. LGEMX는 미국 앨라바마에 있는 미주법인(LGEAI)이 미국근로자들의 높은 인건비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타개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협정에 따른 블록화의 장벽을 돌파하기위해 생산설비를 멕시코로 이전해서 탄생했다. 총 2천6백만달러가 투자된 이 공장은 전체 생산제품 중 84%는 고유브랜드, 나머지는 소니(연간 6만5천대), 시어즈 로벅(7만대), 라디오 색(3만5천대)에 OEM(주문자부착상표)방식으로 수출되고 있다. 생산성도 향상되고 있다. 근로자 1인당 19인치 컬러TV 하루 생산대수를 보면 89년 3백대에서 지난해 1천8백대로 무려 6배나 늘어났다. 이는 애사심과 소속감을 높이기위한 실시한 다양한 근로자밀착경영이 주효한 데 따른 것. LG는 본사연수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지인 중 매니저와 엔지니어 등 간부를 6개월에서 1년간 구미공장에 연수시켜 본사의 비젼을 공유하고, 업무스킬을 높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자와 감독자를 1­3개월간 연수, 한가족의식을 높이고, 기술수준을 향상시켰다. 주재원과 근로자들의 의식공유를 위해 주재원과 현지사원간 스킬교환교육 및 이문화 체험교육을 경험토록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부품업체들과의 동반진출을 늘리고, 부품현지조달비율을 늘려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이후 반덤핑규제를 피하고, 코스트다운으로 원가절감을 꾀한 것도 현지진출의 두드러진 성과다. TV 케비넷을 만드는 금성플라스틱 등 4개업체가 이곳에 진출해 있다. 내년에는 리모컨, 박스, 편향코일(DY), 파워코등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들도 추가로 입주시킨다는 전략이다. 금성플라스틱 조정완 대표는 『진출초기 수요업체가 LG밖에 없던 시절에는 대규모를 장치산업을 투자한 것에 대해 무모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성플라스틱은 LG전자가 납품물량을 줄이면서 적지않게 걱정했으나 품질향상, 신규거래선 확보등에 나서 일본의 히타치 소니등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세트업체의 납품물량 축소가 결과적으로 부품업체로 하여금 강한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하는 전화위복의 역할을 한 것이다. LG가 멕시칼리에 진출한 것은 ▲풍부한 노동력과 낮은 인건비 ▲비교적 값싼 수도료및 전기등 기반시설등이 괜찮았기 때문. 인건비는 주급기준으로 급료 1백50페소에 사회보장비와 주택수당, 의료보험 출퇴근보조비 교육비등 복리후생비를 포함, 총 2백페소(60달러)선이다. 한달 2백40달러(19만원)로 국내근로자들의 5분의 1­6분의 1선이다. 이 공장의 김동철 차장은 『인건비가 낮아 앞으로 2­3년간 임금이 올라가도 탄력적으로 흡수할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LG는 미주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제값받기를 위해 지난해 인수한 제니스와 함께 브랜드재편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제니스가 미국시장에서 인지도 및 시장점유율이 높은 반면 LG의 골드스타브랜드는 중저가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해 골드스타의 월드베스트 브랜드전략에 한계가 있다. 이를 타개하기위해 미주수출제품 중 일부 양판점 공급용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니스브랜드로 공급하고, 골드스타브랜드는 멕시코등 중남미시장을 공략한다는 것. 림대표는 양사의 장점을 결합할 경우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들어 19인치 골드스타브랜드를 제니스로 미국에 공급할 경우 소비자가격을 50∼60달러나 올릴 수 있다는 것. LG는 브랜드 재편을 통해 오는 98년까지 미국시장 컬러TV시장점유율을 현재의 3위(양사 시장점유율 합산)에서 소니, 마쓰시타를 제치고 1위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를위해 제니스브랜드를 통한 중대형 TV의 판매에 주력하고, 프로젝션 TV, 인터넷 TV, PCTV등 멀티미디어형 신제품의 마켓팅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러나 고민도 있다. 첫째로 미국시장에서 품질 및 브랜드경쟁력이 떨어져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소니가 멕시칼리에 기존 PCB(인쇄회로기판) 공장에 이어 모니터공장을 내년중 가동할 예정이어서 인력을 얼마나 빼내갈지도 신경이 쓰이는 문제다. 미국시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일류브랜드인 소니를 제외하곤 대부분 가전업체들이 남는 장사를 못하고 있다. 가격이 형편없어도 미국시장에 팔지않을 수 없다. LGEMX는 소니의 모니터공장 설립등 외국기업 진출확대에 따른 인력이탈을 줄이기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를위해 ▲내년 임금을 올해보다 30%이상 올려주고 ▲급여를 페소화기준이 아닌 달러화베이스로 지급하는 방안등 을 검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멕시칼리=이의춘> ◎인터뷰/임길포 LGEMX 대표/“멕시칸들 이직률 높아 초창기 애먹어/한국식 끈기 혼 교육 이젠 탄탄한 팀웍” LG전자 멕시칼리 법인(LGEMX)의 임길포 대표(46)는 요즘 멕시코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져 큰 시름을 덜었다. 임금은 국내근로자(구미공장)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감안하면 생산성이 오히려 더 높다며 국내근로자들의 심각한 고임문제를 지적한다. 예컨대 멕시칼리공장의 경우 컬러TV 1개라인(20인치기준)에 근무하는 39명이 하루 최고 1천9백대를 만드는 반면 구미공장 근로자들은 35명이 1천8백50대를 생산한다는 것. 이직율 30%, 결근율 10%. 공장 가동 초기의 모습이다. 놀고 먹고 저축개념이 없는 멕시칸근로자들에게 한국식 생산성과 근면성의 혼을 불어넣어 이제는 우수한 노동력으로 만들었다는데 대해 림대표는 가슴이 뿌듯하다. ­초기에 어려웠던 점은. ▲종업원들은 경쟁사에서 1페소라도 더 준다면 주저없이 회사를 떠났다. 물론 애사심도 없었다. 이로인해 생산목표등이 계획대로 이루어진 게 없을 정도였다. 월말이면 새로운 얼굴이 절반이나 됐을 정도로 이직이 다반사였다. ­근로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대책은. ▲목표달성을 위해 인센티브를 팀단위로 주었다. 이로인해 팀원들의 협동심이 고양되면서 근로자들의 결근율도 뚜렷이 낮아졌다. 라인별로 결근율, 품질, 생산성을 종합평가, 목표를 달성한 최우수라인 팀원들에게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푸드쿠폰을 주었다. 또 매년 부서별로 우수사원 10명을 뽑아 구미공장 등에 연수할 수 있도록 특전을 주었으며 한달에 한번씩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있다. 밀착경영을 통해 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갖도록 힘을 쏟았다. 우수제안 제도를 도입, 반기별로 제안을 많이 한 우수근로자에게 20, 25인치 컬러TV를 지급했다. ­채산성은 어떠한가. ▲올해는 큰 흑자는 아니지만 약간의 이익은 낼 것으로 본다. 내년 연산 70만개의 모니터라인을 신설,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멕시코등 중남미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경우 4백만달러의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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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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