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李대통령 100일] '내우외환' 에 휘청대는 MB노믹스

고유가·원자재값 복병에 경제지표 줄줄이 좌초<br>한미FTA·기업 규제개혁도 정치대립으로 발목<br>"단기부양책 보다 성장동력 회복에 초점 맞춰야"


“현재의 4~5%의 성장률에 새로운 2~3%를 추가 달성해 연 7%대의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룰 것이다. 연 7% 성장을 지속 달성하면 매년 새로운 일자리 60만개가 창출되고 오는 2017년까지는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 10년 후에는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공약집을 통해 MB노믹스의 핵심인 ‘7ㆍ4ㆍ7’정책을 이렇게 규정했다.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 ‘747’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폭등에 주요 경제지표는 정부 출범 이후 줄줄이 좌초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규제개혁 등도 정치대립으로 발목이 잡혀있다. 정부는 “7% 성장동력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는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안팎으로 가로막힌 벽을 넘어서기까지 MB노믹스에 적잖은 시련이 예고돼 있다. ◇물가ㆍ성장ㆍ경상수지 줄줄이 악화=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4.5%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도 올해 전망치를 4%대 중ㆍ후반으로 줄줄이 하향조정하고 있다. 외국계 기관인 UBS는 3.6%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제시하기도 했다. 치솟는 물가와 고용 악화로 체감경기는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비 4.1%나 올라 4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도 얼어붙었다. 4월 신규 취업자 수는 19만1,000명으로 2개월 연속 20만명에도 못 미쳤다. 경상수지도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 누적 경상적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이래 최대 규모로 68억달러에 육박한 실정이다. 정부 출범 초기인 3월, 기획재정부가 내다본 우리 경제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경제여건 악화로 당초 공약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목표치이기는 했지만 재정부는 올해 성장률 6% 내외, 신규 취업자 수 35만명을 각각 제시했다. 소비자물가증가율 3.3%, 연간 경상수지 적자도 4월까지의 누적 적자폭과 비슷한 70억달러 수준을 제시했다. ◇예상치 못한 고유가가 ‘복병’됐다=정부가 거듭 강조하다시피 이 같은 경제 악화를 일으킨 주요인은 국제유가 폭등을 중심으로 한 ‘외풍’이다. 연초 배럴당 100달러이던 국제유가는 130달러를 돌파했고 천연가스ㆍ철강 등도 지난해 말 이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여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당국 관계자들도 “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이 이렇게 급등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손을 쓸 수 없는 일이어서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MB노믹스 100일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하고자 하는 바는 많은데 외부 여건이 받쳐주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상승 등 외부 여건 악화가 물가 상승과 그로 인한 경기둔화와 고용 정체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주 연구위원은 또 “규제완화 등 정책적으로는 17대 국회 임기와 맞물려 통과하지 못한 것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책 불신과 체감경기악화가 야기된 것은 외부 여건 때문만은 아니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정책의 방향은 맞는데 국민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이 국민의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활성화보다 동력 회복 중시해야=경기둔화는 하반기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사이클상 올해는 애초부터 ‘상고하저’가 예고된데다가 세계경기둔화와 고유가 등의 외부 여건은 적어도 올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곧 MB노믹스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뒤엉킨 정국의 실타래가 풀리고 경제 여건이 개선된다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7% 성장동력’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경기둔화와 성장 흐름이 꺾이는 것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지금은 장기적인 성장이 꺾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앞으로도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규제완화나 FTA 등의 정책 방향은 유지하되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단기적 무리수는 지양하고 당분간 물가압력 방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정책이 좋아도 국민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우리 경제가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 하부조직까지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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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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