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단순·보편적 계승은 한국건축 발전 저해할수도/“석굴암·종묘는 외래바탕 재창조 한것/「진정한 한국성」 독창성 발휘서 찾아야”지난 80년대 국내 건축계에 제기됐던 「한국성」에 대한 논의가 국제화·세계화가 보편적 가치인것 처럼 얘기되는 요즘들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김봉렬 교수는 15일 건축전문지인 플러스가 주최하는 「이 시대 우리건축, 왜 한국성인가」 세미나의 주제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견지돼온 한국성과 전통건축이론에 대해 색다른 주장을 제기했다. 김교수의 발표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주>
최근 세계시장 개방으로 국경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국건축이 세계진출까지를 생각한다면 한국성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논의하는 것은 매우 큰 가치가 있다.
지난 80년대이후 한국건축에 있어 「전통」논쟁이 계속돼왔지만 근본적인 지향점을 찾지못했으며 이는 건축에 있어서 전통과 한국성을 논하는 「틀」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우리 건축을 얘기할 때 흔히 「선의 아름다움」 「초가삼간으로 대표되는 단아하고 담백한 미」 등으로 인식하게끔 단순화 돼있었으나 이같은 사고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는 오히려 현대 한국건축이 나아가야할 방향설정에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
흔히 한국성을 말할 때 건축학자들은 인류학·민속학·고고학 등 지나치게 문화적 이론적 접근에서 보는 반면, 건축가들은 공간의 성격이나 형태적 이미지 등 구체적이고 실체적 차원에서 보기때문에 시각차가 크다. 이같은 괴리가 줄지않고는 논의의 초점을 잃기쉽고 현실적 유용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건축도 현대적인 건축관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으며 그럴 때만이 현대건축에 한국성을 적용할 수 있다.
더이상 「씨받이」나 「서편제」류의 한국성은 이론적 가치는 있을지 모르지만 현대건축에 유용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예를들어 석굴암은 인도 초기 석굴에서 시작해서 중국의 석굴 실험을 거쳐 경주에 정착한 지극히 국제적인 운동(통일신라시대)의 귀착점이었다. 이전에도 석굴암은 없었고 이후에도 없었다. 한국건축사로서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석굴암은 당시로서는 최신의 공법과 기술이 동원된 하이테크 건축이었다. 지난 95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불국사와 종묘도 같은 사례다.이것이 당시의 일반적 전통에서 벗어났다해서 비한국적일 수는 없다.
오늘날 한국성은 더이상 집단적 보편성, 고유함, 전통적 인습에서 찾지 않아도 되며 오히려 실험정신, 국제적인 관심사, 유일한 예외성, 독창성과 특수성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재 「환경친화와 도시문제」와 같이 한국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과제를 한국의 건축가가 가장 독창적이고 첨단기술적으로 풀어낼 때 한국성은 살아나고 그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