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4월 9일] '참여정부 사회협약' 다시본다

올해는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다. 초선도 아니고 재선 마지막해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율은 80%를 넘는다. 레임덕이란 말은 찾아볼 수도 없다. 룰라는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가난한 노동자 집안의 8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재임 마지막 해까지 경이로운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브라질을 새롭게 건설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노사정 일자리 창출에 한뜻 '변신의 귀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좌파출신이면서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시장주의ㆍ성장지향적 우파정책을 대거 수용했다. 동시에 복지정책에도 공을 들이는 중도실용 노선을 걸으면서 브라질을 사회적으로 통합되고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강대국으로 변모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을 '잃어버린 좌파정부 10년'이라고 규정했다.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전 정부를 부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룰라처럼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는 여유와 자신감도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지난 2004년 2월, 노사정은 오랜 진통을 거쳐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합의했다. 6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이 사회협약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식자층에서는 우리 경제와 사회가 이대로 가다가는 심각한 사회적 분열과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시 사회협약의 취지는 '일자리 만들기를 통한 사회통합'과 '고용과 성장이 조화될 수 있는 정책으로의 변화'다. 이를 위해 노사가 서로 한발씩 양보했다. 먼저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정규직 부문이 2년간 임금안정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실상 2년간 정규직 임금동결에 합의한 셈이다. 또 기업 생산성 향상에 적극 협력하고 임금ㆍ근로시간 조정, 전환배치 등 기업 내 노동시장 유연성 증대에 동의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상당한 양보를 한 셈이다. 사측도 화답했다. 기업은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를 통해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은 하도급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도 적극 나섰다.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해 모든 경제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ㆍ정비해 기업 투자를 촉진시키고 고용확대를 위해서는 세제ㆍ고용보험상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또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물가안정, 사교육비 및 주거비 경감, 근로자 세부담 경감 등을 추진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사회안전망도 적극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성장·사회통합 모델 구축해야 하지만 당시의 사회협약은 구체적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차대전 이후 해방된 국가 가운데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우리는 해방 이후 발전단계별로 때로는 일본, 때로는 미국, 때로는 유럽국가를 따라 배우면서 경제ㆍ정치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델이 없다. 우리가 가는 길이 모델이다. 선진국ㆍ후진국을 막론하고 전세계가 대한민국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롭게 모델을 창출해나가는 데 있어 방향은 '성장과 사회통합'이 돼야 한다. 경제적으로 우리는 더욱더 성장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경제발전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통합 없는 성장 역시 한순간에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국가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는 없기 때문이다. 6년이나 지난 지금 이 시점에 참여정부의 사회협약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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