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애플 바라기' 된 한국 부품업체

애플, 삼성 비중 줄이자 다른 업체는 반사익<br>"애플만 쳐다보다간 횡포에 휘둘릴수도" 우려


애플과 거래하는 국내 전자업체들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인식돼왔던 '삼성=슈퍼 을'의 등식이 깨지고 있다. 최근 애플이 공공연히 반도체와 LCD 부품 채택에서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협력선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특허소송과 더불어 반도체 특허매입, 경쟁사 육성 등의 방법으로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의 위력도 다소 감퇴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21일 디스플레이서치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전체 애플 LCD 패널 출하량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월 41.3%에서 8월 13%로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증권업계와 아이서플라이 등에 따르면 애플 제품에 들어간 삼성 메모리 비중이 지난해 40%선에서 올해는 30%대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애플은 최근 들어 LCDㆍ반도체 등에서 삼성 부품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애플 협력사들 간 명암이 엇갈리는 등 한국 부품업체의 애플 의존도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애플이 삼성에서 공급 받던 태블릿PC용 LCD 패널 물량을 대폭 축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모바일 AP, 배터리 등 다른 삼성제품은 아직 비중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애플의 행보를 고려해볼 때 삼성 부품 축소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삼성 부품 의존도 축소'가 LG디스플레이(LCD), SK하이닉스(반도체), LG이노텍(카메라모듈) 등 다른 한국 부품 업체에게 반사이익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의 경우 8월 애플에 공급하는 LCD 패널 물량이 크게 늘었으며 SK하이닉스도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뿐만 아니라 이들 국내 협력사 역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보니 애플이 삼성에서 빼낸 부품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다른 협력사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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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내 부품업체들의 '애플 해바라기'는 사업의 안정성에서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증권업계 분석에 의하면 올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1위 고객은 애플이다. LG디스플레이도 전체 매출의 18%가 애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애플 해바라기 현상은 삼성을 제외하고는 휴대폰 부품을 공급할 데가 애플 외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애플의 비상식적 횡포를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업체들의 현실이다. 애플은 국내 부품 협력사에 '비밀유지 조항'을 근거로 '애플의 '애'자도 거론 못하게 하고 있다. 자칫 말을 잘못했다간 '자사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에 불려가 곤혹을 치르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하소연도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업체가 어려운 가운데 국내 부품업체가 애플의 최대 고객사가 됐다"며 "애플이 어려우면 국내 부품업체도 동시에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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