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0월 7일] 과열과 침체 사이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고용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짤막한 논평을 내놓고 있다. 로버트 깁스 대변인이 경기상황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을 전한 적도 있고 때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의 경기 코멘트는 미국경제가 대공황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음에도 경제와는 담을 쌓았던 부시 행정부와 차별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백악관의 경기논평 가운데 압권은 6월 한 달 동안 46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던 7월 코멘트였다. "자유낙하가 끝나고 있다"며 그동안 조심스런 낙관론을 드러냈던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고용지표는 정신이 바짝 드는 소식"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한 달 뒤 8월 백악관은 180도로 달라졌다. 실업률이 9.5%에서 9.4%로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떨어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침체 종료를 선언했다. 그는 고용지표 발표 후 "오늘 우리는 최악의 시기가 지났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를 발견했다"며 자못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9월 지표가 나온 2일에는 오바마 대통령 대신 조 바이든 부통령이 나왔다. 바이든 부통령은 실업률 9.8%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일자리 감소폭도 다시 커진 지표에 대해 "터프한 숫자"라면서도 "미국 경제는 회복되고 있다"며 고용지표의 의미를 애써 무시했다. 미국경제는 경기부양책이 시행된 3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고용지표에 대한 백악관의 코멘트처럼 월별 지표에서 심한 등락을 보이고 있다. 그 어떤 전문가도 '위기는 끝났다'고 단언하지 못하고 있고 부양책 약발이 떨어지면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는 끝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고용지표상의 미국경제가 아직도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뉴욕증시는 완연한 봄이다. 3월 이후 뉴욕증시는 단 6개월 동안 변변한 조정을 거치지 않은 채 50%의 놀라운 상승세를 보였다. 다우존스지수가 9,000포인트를 넘을 당시 조정경고가 없지는 않았으나 시장은 이를 뚫고 기세대로라면 1만포인트를 곧 돌파할 것처럼 보였다. 금융위기를 예견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3일 "실물경제와 시장의 괴리가 너무 크다"며 증시거품을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가 증시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의 경고는 상식에 가깝다. 증시가 경기에 선행하고 고용지표는 경기에 후행한다지만 이들 2개 지표의 괴리는 도를 넘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에 집착하면 자신이 돌고 있는지, 세상이 돌고 있는지 착각할 수 있다"며 시장의 숫자에 주목하지 말고 실물경제를 봐야 한다는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의 평범한 지적은 다우 1만포인트를 앞둔 지금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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