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 전이다. 박세리(34)는 2001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된 해 첫 대회에서 11언더파로 우승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대만의 박세리’ 청야니(22ㆍ대만)가 브리티시 여자오픈 정상 등극으로 ‘청야니 천하’를 재확인했다.
AP통신은 1일(한국시간) “대만의 신문과 방송은 청야니의 브리티시 여자오픈 2연패를 조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떤 뉴스를 봐도 청야니뿐”이라며 “청야니의 잇따른 우승 소식은 대만 내 골프의 인기를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박세리 때 한국이 그랬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 첫해인 1998년 박세리는 맥도널드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정상에 오르며 한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던 터라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박세리가 LPGA 투어 합류 후 3년 만에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을 거머쥐었듯 청야니도 2008년 LPGA 투어 데뷔 후 3년 만인 올해 의심의 여지없는 1인자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미국 내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국에서 LPGA 투어 대회가 열리게 된 것도 꼭 닮았다. 2001년 한국은 CJ나인브릿지클래식(현 하나은행챔피언십)이라는 이름의 LPGA 투어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9ㆍ11 테러 탓에 1년 뒤로 연기돼 열렸지만 어찌됐건 박세리의 맹활약 덕이었다. 청야니의 대만도 타오위안에서 선라이즈 LPGA 대만챔피언십을 새로 창설해 오는 10월 개최한다.
‘박세리 키드’들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고 있듯 10년 후 ‘청야니 키드’들도 청야니의 ‘유산’을 이어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