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다시 등장했다. 소수 부유층을 제외하면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어렵고 어두운 해였을 것이다. 그렇게 맞는 연말이 씁쓸하기도 할 텐데 그래도 인정 많은 우리네 국민들은 자선냄비 곁을 지나가면서 많이들 정성을 모아준다. 연말은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나보다 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를 위해 내가 가진 작은 것이나마 나누는 따뜻한 기간이기도 하다.
기부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도 참 많은 선한 이들이 있다. 연예활동으로 번 돈을 아낌없이 기증하는 문근영ㆍ김장훈 같은 선행의 일꾼들이 있고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것이 '김밥 할머니의 전재산 헌납' '평생 모은 돈 OO대학에 기부' 같은 기사들이다. 지난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수백만의 기부와 자원봉사 손길이 뜨겁게 이어지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린 일도 있다. 과연 우리 민족처럼 이웃을 잘 돌보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의 기부금 비중은 지난 2007년 기준 8조6,000억원 정도로 국내총생산(GDP)의 0.9%를 차지한다. 미국의 2.2%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한 여기는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금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순수한 '기부'로 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기부자 중에는 기업이 3분의2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개인은 15.7%에 불과하다.
선진국은 기부문화가 생활화돼 있다. 내가 유학했던 영국에는 옥스팜(Oxfarm),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브리티시 레드 크로스(British Red Cross) 같은 기부된 상품을 팔고 사는 곳이 도처에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감동적인 것은 자신이 입던 중고 옷을 기부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깨끗이 세탁하고 잘 다려서 새 옷이나 진배없이 만든 후에 기부하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필요 없어진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성탄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 핍박 받는 이들의 친구로 일생을 사셨고 우리 모두가 그런 이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셨을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성탄은 단지 즐기는 때가 아니라 내가 합당하게 살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