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노인 부양費에 허리 휘는 日… '디플레病' 겹쳐 몰락의 길로

[日 신용 강등…남의 일 아니다]<br>단카이세대에 내년부터 연금…국가재정 휘청<br>고령화·저출산으로 저성장·고용 악화 악순환<br>S&P "세제·연금개혁 안하면 추가 강등 검토"


"일본의 사회보장제도는 고도성장과 인구증가를 전제로 한 모델이다. 이 시점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오가와 다카히라(小川隆平) 아시아국채담당이사는 지난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노인부양 비용을 부담하느라 국가채무는 날로 늘어나는 한편 경제는 20년째 침체와 정체를 반복하며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 일본의 현주소다. 오가와 이사는 "어떤 형태로든 세제 및 연금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추가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경제 몰락의 가장 큰 배경으로 저출산ㆍ고령화가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이미 1990년대 이래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은 2006년 초고령화사회(65세 이상인구 20% 이상)에 진입한 상황. 전후 40년 이상 가파른 고도성장을 누리며 글로벌 경제의 막강한 2인자로 자리매김하던 일본은 지속되는 디플레이션으로 서서히 병들어가며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급기야 일본은 지난해 세계경제 순위에서 중국에 밀려 3위로 추락했으며 27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일본의 국가신용도가 중국ㆍ쿠웨이트 등과 비교해 나을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멈추지 않는 일본 몰락의 가장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젊은이들을 대신해 넘쳐나는 노인들이다. 일본의 국립사회보장ㆍ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인구는 1955년 8,927만명에서 2004년 1억2,777만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저출산 추세가 심화하면서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오는 2046년에는 인구 1억명이 붕괴되는 데 이어 2055년에는 100년 전과 같은 수준인 8,993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인구감소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는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노인인구 비중이다. 2010년 현재 일본의 평균 연령은 45세이지만 2055년에는 55세로 10년이나 나이를 먹게 된다. 경제활동에 종사하며 세금을 내고 성장동력을 일으키는 젊은이들은 줄어드는 대신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노인층이 늘어나면 경제는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소비여력이 제한적인 노인층 증가로 내수시장이 위축되면 저성장과 고용악화로 이어지고 이는 젊은 세대까지 움츠리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일본 사회에서 문제시되는 젊은이들의 위축, 패기부족 역시 고령화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아울러 노동인구 감소와 함께 세수는 줄어들고 '고령자 3대 비용'이라 불리는 연금과 의료ㆍ간병 관련 재정지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국가재정도 악화 일로다. 특히 일본판 베이비 부머인 '단카이세대'에 대한 연금지급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연금 부담이 증폭된다. 정부로서는 고령화되는 국민의 복지도 챙겨야 하지만 최악으로 치닫는 재정상태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 궁지에 몰린 일본이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