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대선에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002년 12월 20일에 가진 내외신 합동기자회견에서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원칙과 신뢰의 새로운 정치를 시작 하겠다"고 강조했다.
순리에 따른 개혁을 지향하고 협력과 대화를 통한 부단한 노력으로 `국민통합`을 달성해 사회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국가와 기업의 생존조건으로서 변화와 혁신이 자주 언급된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갈등(순기능)이 있어야 촉진된다. 그러나 지나친 갈등(역기능)은 국가역량 결집에 큰 장애가 된다.
과거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면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에서 오늘날 노사갈등에 이르기까지 대개 갈등은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개인의 이해관계에서 조직ㆍ사회ㆍ국가로 확대돼 사회적 비용을 유발시킨다.
최근의 갈등 행태는 주로 연고주의에 따른 패거리 문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남이야 어찌됐든 자기만 생각하는 독선이 갈등의 원인이 된다.
이해관계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대화보다는 떼를 쓰거나 폭력이 앞서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의약분업이 대표적 사례이다. 지금은 북핵 문제로 인한 북미갈등, 여중생 사망과 SOFA 개정에 대한 한미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소득격차가 확대되고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양산돼 지난해 3ㆍ4분기 20대 실업률은 5.7%로 30~40대에 비해 2~3배가 높아졌다.
또한 각종 부패사건 등은 사회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98년 1월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상호불신 등으로 지금은 활동이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노동개혁, 재벌개혁, 주5일 근무제 등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관계를 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외자유치가 저조하고 기업ㆍ국가의 신인도가 높아지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미국은 소득격차ㆍ인종격차 등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불평등 문제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고 있다. 특히 9ㆍ11 테러 등의 국가위기에서는 국가역량을 결집해 해결했다.
싱가포르는 65년 독립 당시 계층간ㆍ집단간 갈등, 부정부패, 이념대립 등으로 혼란이 심각했다. 이때 리콴유 수상은 청렴한 리더십으로 이념통합과 계층간 화합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주지시켜 위기를 극복했다.
미래 국가경쟁력은 생산岵?갈등관리를 통해 국가역량을 어떻게 결집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사회적 신뢰 메커니즘 구축이 시급하다. 이것은 갈등으로부터 발생하는 가치와 순기능을 증대시키고 국가의 시너지 창출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유된 비전과 상호이익을 추구하면서 부단한 대화와 합리적 양보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둘째, 비판을 수용하는 새 대통령의 전략적 리더십 발휘가 중요하다. 이 리더십을 통해 변화와 안정을 적절히 추구할 때 국가발전의 계기가 된다. 때문에 투명한 배분과 공정한 시장질서의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또한 생산적 갈등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셋째, 갈등을 수용하는 새로운 사회문화의 정립이 시급하다. 이것은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발생한 갈등을 생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치관과 행동규범을 형성하는 바탕이 된다.
넷째, 디지털 환경에 부합하는 새로운 교육체계의 수립이 중요하다. 모든 갈등의 시작은 개인적 사고의 차이와 상이한 문화의 충돌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이러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개인-학교-사회 간의 특성화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회갈등을 국가 시너지로 승화시키는 데 필요한 국민의 소리를 늘 경청하고 비판을 수용하는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논설위원 겸 서울경제연구소장 hs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