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월드컵에서 일상으로 돌아가자

월드컵 열기가 한참 뜨거워지던 때 우리 연수단 일행은 파리에 도착했다. 시내를 향하던 버스 안에서 대한민국과 프랑스의 축구경기 소식이 전달됐다. 시작 10분 만에 한골을 먹었단다. 호텔에 도착하자 모두들 빨간 응원복으로 갈아입고 로비에 모여 1대1 동점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관람했다. 16강의 꿈을 안고 강호 프랑스팀과 비긴 것에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스위스와의 대전이 있었던 지난 6월23일은 ‘태극호’의 16강 여부를 결정짓는 날. 마침 이날 프랑스도 토고와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모든 프랑스방송이 토고전을 중계해 한국과 스위스 경기는 일반 TV에서는 볼 수 없고 특수 채널에서만 볼 수 있었다. 주불 한국대사관과 한국문화원에서 중계방송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2시간 전부터 대사관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섰고 대사관 로비와 뒷마당을 가득 메운 1,000여명이 넘는 교민ㆍ유학생ㆍ여행객들은 모두 붉은 응원복을 입고 나왔다. 경기가 시작됐다. 서울 시청광장 못지않게 대사관 안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관중석에서 누가 외치면 모두가 하나되어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손뼉을 치고는 했다. 우리 선수들은 참으로 잘 뛰었다. 경기는 졌지만 이번 경기로 한국인의 애국심은 여지없이 발휘됐다. 우리 일행은 파리와 남프랑스를 여행하는 중 식사 때마다 “대~한민국”을 외쳤다. 다른 손님들도 우리의 구호를 알아듣는 분위기였다. 4년 전 4강에 오른 한국 축구가 이번에는 16강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강팀 프랑스와 대등한 실력을 세계에 과시한 것은 틀림없다. 이제 축구 열기는 씻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은 한달 동안 축구 열풍에 휩싸였었다. 결과적으로 4강 진출의 영예를 얻었다. 그 영광 뒤에 잃은 것도 적지 않다. 국민들은 일손을 놓다시피 한달을 지냈고 월드컵기간 동안 소비가 사라져버렸다. 월드컵 후에 줄어든 소비 경제는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이어져 지금까지 소비재 부문의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다. 2006년 월드컵은 16강 탈락으로 일찍 안정을 되찾은 듯하다. 이제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열기를 경제 살리기에 모아야 할 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