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외국기업인이 보는 한국경제] 한국 2~3년내 IMF체제 탈출

한국은 지난 1년동안 거센 구조조정을 겪는 과정에서 외국인들의 시각이 경제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껴왔다. 이들의 평가는 한국경제가 다시 살아나는데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경제신문은 한국의 구조조정을 지켜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알아보기 위해 주한 외국기업인 2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한국의 구조조정 전반과 금융 대기업 정부 등 분야별 구조조정, 외국기업의 투자환경 등에 초점을 맞췄다. 설문은 모두 21개 문항으로 구성됐고, 일부 질문에 세부 질문이 주어졌다. 응답기업은 국가별로는 미국계 10개, 유럽 4개, 일본 1개였으며, 제조업체 10개, 금융 10개였다.주한 외국기업인들은 한국의 구조조정 진행상황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 중 75%가 지난 1년간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미약하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IMF 관리체제 극복과 관련해선 52%가 2년, 36.8%가 3년이라고 응답해 10명중 9명이 2~3년내에 IMF 관리체제를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지 1년이 채 안된 점을 감안할 때 좋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구조조정의 최대 장애요인으론 「대기업의 저항(33.3%)」과 「정부의 정책부재(20.8%)」 등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 「세제 및 금융상 유인책 미비(16.7%)」, 「노조의 저항(12.5%)」, 「정치적 불안정(8.3%)」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결과는 현대-LG 반도체 빅딜,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 등 5대그룹 빅딜과정에서 드러난 대기업들의 반발과 지난 1년동안 다소 오락가락한 정부의 정책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분야별 평가에서는 금융분야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중 절대다수인 89.4%가 금융·대기업·정부·정치 분야 가운데 금융산업에서 가장 좋은 구조조정 성과를 거뒀다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대기업, 공공분야, 정부, 노동시장분야 등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분야는 공공분야와 정부였다. 공공분야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응답자 전원이 부정적으로 봤으며, 정부의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도 10.5%에 불과한 반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89.5%에 달했다. 이는 정부조직의 축소나 공기업 개혁 등에 대한 국내의 낮은 평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또 행정규제 완화 등이 외국인들이 기대했던 것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또 응답자 중 60%가 올해 투자를 지난해 보다 늘릴 것이라고 답해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해 밝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 구조조정 평가 금융=분야별 구조조정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80%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20%를 압도했다. 특히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도 나와 금융산업 분야의 구조조정이 대체로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내용중에서는 정부간섭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로 정부의 간섭을 꼽은 응답자는 40%로 가장 많았다. 아직도 금융기관 경영에 정부간섭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또 대기업(25%)을 금융산업 개혁을 가로막는 요소로 보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대기업=대기업(재벌)의 구조조정에 대한 주한외국기업인들의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응답자 중 60%가 미약하다, 35%가 매우 불충분하다고 답해 부정적인 견해가 90%를 넘어섰다. 반면 긍적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대체로 만족한다」는 단 1명 뿐이었다. 또 5대 그룹의 빅딜에 대해서는 긍적적이라는 평가가 부정적인 평가보다 다소 우세했다. 이 질문에 대해 15%가 「해당 그룹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에 매우 큰 효과가 있다」, 40%가 「다소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효과가 별로 없다(20%)」, 「부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25%)」라는 평가도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해 빅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한 외국기업인들은 대기업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투명성(45%)」을 꼽았다. 이는 오너 중심으로 이뤄져 온 한국기업의 행태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외국기업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 다음으로 「문어발식 선단식 경영 해체(25%)」, 「오너 퇴진 및 전문경영인 제도도입 등 소유와 경영의 분리(20%)」, 「부채비율 200% 이내 축소(10%)」 순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5대그룹중 삼성그룹이 IMF를 가장 잘 극복한 그룹으로 선정된 것이다. 주한외국기업인들 중 47.6%가 이 질문에 삼성그룹이라고 답했다. 이같은 평가는 삼성중공업이 건설기계 부분을 볼보에 매각하는 등 어느 그룹보다 빠르게 외자유치에 나섰고, 그 이후에도 부천 반도체 공장과 해외 부동산을 파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올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삼성전자·삼성코닝 등이 분사를 통해 과감한 몸집 줄이기를 한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룹별로는 삼성 다음으로 「SK(23.8%)」, 「LG(9.5%)」, 「현대」와 「대우」각각 4.76% 순으로 집계됐다. 공기업·정부=공기업과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공기업의 구조조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전무했다. 반면 「매우 불충분하다」는 응답이 71.4%, 나머지 28.6%는 「미약하다」고 답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공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과 일치하는 것으로 공기업 구조조정이 외국기업들에게는 가장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의 구조조정도 마찬가지의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 중 68.4%가 「매우 불충분하다」, 21%가 「미약하다」고 답해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반면 대체로 만족한다는 10%에 그쳤다. 정부의 행정규제 완화 등 실천적 측면에 대한 평가도 극히 저조했다. 지금까지 진행돼온 규제완화에 대한 평가는 「그저 그런 수준(65%)」이라거나 「경제위기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10%)」 등 부정적인 평가가 절대 다수였다.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노동분야=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다소 앞섰다. 「미약하다(40%)」, 「매우 불충분하다(20%)」 등 부정적인 평가가 60%였다. 그러나 「매우 만족한다(5%)」, 「대체로 만족한다(35%)」 등 긍정적인 답변도 적지않아 예상과는 달리 노동시장에 대한 평가가 많이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주요 요인으론 「한국사회의 전통적인 사고와 관습(20%)」, 「정부의 법집행 의지 부족(16%)」, 「기업의 미숙한 대응(16%)」, 「해고제도 자체의 부실(16%)」 등을 들었다. 이밖의 원인으로는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12%)」, 「사회전체의 위기의식 부족(12%)」, 「정치권의 개입(8%)」 등을 지목했다. 외국인 투자=구조조정이 잘 되고 있는지를 가름할 수 있는 바로미터 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환경의 개선여부라는 점에서 투자여건 개선 여부를 묻는 질문이 주어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결과, 「한국의 투자여건이 대체로 개선됐다(65%)」와 「상당폭 개선됐다(10%)」는 긍정적인 답변이 매우 우세했다. 이에 비해 「미약하다(20%)」, 「종전과 별 차이가 없다(5%)」 등 부정적인 응답은 25%에 그쳤다. 특히 「올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지난해 보다 늘리겠다」는 답변이 60%를 차지해 향후 한국시장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난해보다 줄이겠다」는 5%에 불과했으며, 「지난해 수준」이 나머지 35%였다. 이같이 한국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요 요인으론 성장잠재력(57.1%)과 시장규모(28.6%) 등이 꼽혔다. 또 이들 중 80%는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외국기업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중 절반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국제관행에 어긋하는 경영행태」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행정규제라고 답한 응답자도 35%에 달했다. 주한 외국기업인들은 또 한국내에서 원활한 기업활동을 위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33.3%)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주한외국기업인들은 앞서 조사된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결과를 감안할 때 예전 보다 노동시장의 여건이 나아졌지만 국제적인 수준에는 여전히 미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외국자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편견 제거」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완화」등이 각각 23.3%를 차지했으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유인책(13.3%)」,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6.7%)」 등이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으론 조속한 기업구조조정(32.2%)과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의식변화(22.5%) 등이 지목됐다.【김기성 기자】 설문에 응해주신 기업 한국IBM, 한국HP, 인텔코리아, 한국유니시스, 한국오라클, 한국후지쯔, 한국모토로라, 에릭슨코리아, 루슨트테크놀로지스코리아, 필립스전자, 노무라증권, ABN암로아시아증권, 씨티증권, SG증권, 크레디리요네은행, BOA, 체이스맨햇턴은행, 도이체방크, 소씨에테제네럴은행, CSFB (응답자 명단은 익명을 요구한 곳이 많아 게재하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