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청어잡이의 지혜

청어잡이 어부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청어를 잡아 이동하는 동안 쉽게 죽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그러나 유독 한 어부의 청어는 육지로 이동해도 방금 잡은 듯 싱싱하게 펄떡였다. 그 비결은 다름 아닌 청어 수조 속에 메기 몇 마리를 넣었더니 청어들이 잡아먹히지 않으려 이리저리 도망 다니느라 죽을 틈이 없어 어부는 항상 싱싱한 청어를 팔 수 있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편안함에 대한 안주의 위험성을 역설하면서 ‘청어와 메기’의 이야기를 즐겨 했다고 한다. 이 얘기는 혁신을 필요로 하는 우리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혁신의 의미는 기업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다. 기업 또한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경기를 탓하며 어떠한 변화에도 두려움이 앞서 투자를 게을리하다 결국 시대에 뒤처지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요즘 기업의 최대 화두는 '혁신과 성장'이 아닌가 싶다.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많은 기업들이 혁신의 토대 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창조경영에 매달린다. 기업들마다 혁신을 통해 성장 기반을 다지려 하지만 혁신을 제대로 달성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왜 혁신에 실패하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전이 너무 거창한데다 경영층의 관심 부족과 혁신 추진세력이 미흡하기 때문 아닐까. 또 혁신이 진정으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 국민의 입장을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의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는 일이다. 지금 세계 원자력 산업계는 일본 도시바가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과 히타치, 프랑스 아레바와 미쓰비시가 각각 연합하는 등 합종연횡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중국과 러시아ㆍ인도에서만 오는 2030년까지 무려 60여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핀란드 등 유럽 국가도 원전 건설 신청이 쇄도하는 등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가 전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은 자원고갈 시대를 맞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경영혁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술이 뛰어난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BEST KHNP 운동’을 적극 추진 중이다. 직원들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관행과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스피드 경영활동도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공공기관 혁신평가’에서 회사 내 경영혁신 활동이 체질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상위 5단계 평점을 받은 바 있다. 해외 진출을 앞당길 목표로 원전 설계, 건설, 운영, 유지보수 서비스 등의 신기술 개발에도 고삐를 죄 기술자립도를 높이고자 한다.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며 ‘혁신 대명사’로 통하는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전 회장은 ‘바꾸지 않는 것, 바뀌지 않는 것은 큰 죄악’이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기업경영에서 혁신활동이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를 함축하는 말이다. 그렇다고 혁신이 거창하거나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파격이 아닌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혁신을 이루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일을 해보기도 전에 ‘될까 안 될까’만 고민하다 시도조차 못하는 것은 혁신 마인드가 부족한 탓이다. 우리가 과거의 성장에 안주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죽어버린 청어처럼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 작은 성공에 대한 만족과 ‘지금 이대로’ 식의 안주하는 습성은 기업 성장에 가장 큰 적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주역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바로 혁신하고자 하는 자세다. 두려울 게 뭐가 있는가. 더 이상 변화를 두려워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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