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우즈, 2년여만에 통쾌한 '라이트 훅'

슬럼프 딛고 우즈 재단 대회서 2년여 만에 우승, 통산 83승 올려…내년 시즌 매킬로이와 정면승부 관심


18번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넣자마자 나온 타이거 우즈(36ㆍ미국)의 ‘라이트 훅’ 펀치는 허공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2년 넘게 겪어야 했던 우승 가뭄과 그에 따른 수모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한방이었다. 그간의 스트레스 탓인지 모자를 벗은 우즈의 이마는 유난히 휑했지만 하얀 이를 드러낸 특유의 미소는 ‘올드 타이거’의 컴백을 알리고 있었다. ‘골프 황제’ 우즈가 2년1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9년 11월 호주 마스터스 이후 107주, 날짜로는 749일 만이다. 우즈는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 오크스의 셔우드CC(파72ㆍ7,027야드)에서 끝난 셰브론 월드챌린지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다. 마지막 홀에서 158야드를 남겨두고 9번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이 핀 2m 옆에 붙은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적어낸 우즈는 잭 존슨(미국)을 1타차로 꺾고 감격의 우승 포효를 했다. 우승상금 120만달러는 타이거 우즈 재단에 기부했다. 이번 대회는 정규 투어가 아닌 우즈 재단이 주최한 이벤트 대회였지만 정상급 선수 17명을 모은 자리에서 재기를 확인시킨 셈이 됐고 세계랭킹도 52위에서 21위까지 껑충 뛰게 됐다. 최경주(41ㆍSK텔레콤)는 1오버파 289타로 12위에 그쳤다. ◇굴욕의 역사 끊고 83승째 올리기까지=2009년 11월 말 의문의 교통사고가 우즈의 외도로 인한 부부싸움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거칠 것 없던 골프 황제는 하루아침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이후 골프를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던 우즈는 지난해 4월 마스터스 대회와 6월 US오픈에서 나란히 공동 4위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하는 듯했지만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컷탈락 굴욕까지 겪으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 시즌 역시 왼쪽 무릎과 아킬레스건 부상 탓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기권했고 PGA 챔피언십에서 컷탈락하는 등 재기가 멀어 보였던 우즈는 지난달 호주오픈 단독 3위에 이어 프레지던츠컵에서 미국팀의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부활 조짐을 보였다. 하루 36홀씩 연습을 거르지 않으면서 예전 감각을 찾기 위해 애썼다는 우즈는 올 시즌 마지막 출전 대회에서 마침내 개인 통산 83승째를 올리면서 장밋빛 전망 속에 내년 시즌을 맞게 됐다. 최대 관심은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갖고 있는 메이저 대회 최다승(18승) 기록을 깰 수 있을지 여부. 14승에서 정체 중이지만 스윙 코치 션 폴리의 도움으로 되찾은 ‘미사일 샷’이 있기에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우즈는 “지난 몇 주간 필드에서 편안한 느낌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특기할 만하다”고 했고 우즈의 캐디 조 라카바는 “우승했을 때의 느낌을 하루빨리 찾는 게 우즈의 부활을 위한 마지막 단계였는데 드디어 해냈다”고 말했다. ◇유럽 초강세? 제대로 붙자!=우즈가 우승을 결정짓자 셔우드CC를 찾은 미국 팬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자신의 일인 양 감격스러워했다. 우즈는 자신만큼 왕의 귀환을 고대했던 구름 팬들을 향해 일일이 모자를 흔들어 보였다. 네티즌들의 반응도 환영 일색.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홈페이지에는 “축하한다”, “잘했다”는 글만큼이나 “감사하다”는 글이 많았다. 유럽의 초강세 속에 기죽어 있던 미국 팬들이 부활한 구세주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 현재 세계랭킹 5위 내에 미국 선수는 더스틴 존슨 1명뿐이다. 1ㆍ3위 루크 도널드ㆍ리 웨스트우드가 잉글랜드, 2위 로리 매킬로이가 북아일랜드, 4위 마르틴 카이머가 독일 국적일 정도로 유럽 일색이다. 올 시즌 키건 브래들리가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미국은 메이저 6개 대회 연속 무관의 굴욕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우즈가 돌아온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즈의 내년 첫 대회는 때마침 유럽 투어인 HSBC 챔피언십이다. 1월 말 아부다비에서 벌어지는 이 대회에는 ‘차세대 황제’ 매킬로이도 출전키로 해 돌아온 황제와 차세대 황제가 정면충돌하게 된다. 매킬로이는 지난 4일 유럽 투어 UBS 홍콩오픈에서 우승한 뒤 “우즈는 컨디션이 최상이 아닐 때도 1년에 7~9차례 우승하곤 했다. 나도 그렇게 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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