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엔화 국제화에 속도를 낸다. 우선 일본중앙은행(BOJ)이 재무성의 지원으로 일본 금융시장 개장 때만 가능했던 일본 국채 거래를 24시간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나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BOJ가 일본 국채 거래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차세대 일본 국채 및 엔화 거래 시스템(new BOJ-NET)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6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시스템 개선의 핵심은 운영시간 연장이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달러화 및 미 국채거래 시스템인 페드와이어(Fedwire)를 하루 21시간 운영하며 유럽도 비슷한 시스템인 타깃2를 하루 20시간 동안 문을 열어두고 있다. 반면 기존 BOJ넷의 운영시간은 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WSJ는 지적했다.
BOJ는 우선 오는 2016년 상반기에 런던 금융시장 개장까지 거래시간을 늘리고 최종적으로 뉴욕 시장 시간까지 시스템 운영시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행은 내년 중 기존 시스템 교체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일본은행이 금융기관들의 엔화 송금과 일본 국채 거래 결제를 위해 운영하는 시스템인 BOJ-NET은 현재 도쿄 금융시장 개장시간에만 운영돼 해외 투자가 및 기업들의 엔화 국채 거래에 제약이 많다. 도쿄 금융시장이 문을 닫은 시간에 해외에서 일본 국채가 거래될 경우 거래와 결제 간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달러화나 유로화 등 다른 국제통화는 전 세계 금융기관들이 언제 어디서나 거래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들이 결제 시스템을 거의 하루 종일 가동한다.
일본은 그동안 금융시장 국제화에 보수적 입장을 취해왔으나 최근 위안화가 거래 허브를 전세계에 개설하는 등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자 이를 의식해 엔화 국제화를 위한 인프라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도쿄를 아시아 넘버원 금융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아베 신조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나카소 히로시 일본은행 부총재는 "엔화와 일본 국채의 결제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엔화 국제화를 위한 장기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