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권석 기업은행장 별세 '우산론'등 숱한 화제 기업금융 큰별 지다 문승관 기자 skmoon@sed.co.kr 강권석(사진) 기업은행장이 30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고(故) 강 행장은 지난 4월부터 구강인두암으로 치료를 받아왔으나 최근 들어 병세가 악화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고인은 1973년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14회)에 합격, 옛 재무부 기획관리실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정경제원과 금융감독위원회ㆍ금융감독원 등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 2004년 3월 금감원 부원장에서 기업은행장으로 부임했다. 고인은 은행ㆍ증권ㆍ보험 분야를 두루 섭렵해 금융 겸업화 추세에 잘 맞는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소기업 육성과 지원 등 현안 해결에 적임자라는 명성을 얻었고 이런 명성에 걸맞게 기업은행을 명실상부한 메이저 은행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국내 금융권 사상 처음으로 인수합병(M&A)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산 100조원 돌파하고 순익 1조원 클럽에도 가입하는 등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고인은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3월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 또 한번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업은행이 증권ㆍ보험 등을 아우르는 중소기업금융 전문 종합금융그룹으로의 힘찬 도약을 꾀할 수 있었던 것은 중소기업과 기업은행에 대한 고인의 열정과 숨은 노력 때문으로 평가된다. 고인은 취임 초부터 전국의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며 중소기업 CEO들에게 경영의 어려움을 듣는 '고객 중심의 현장경영'을 전파해 많은 화제를 낳았다. "비오는 날 우산을 빼앗지 않겠다"는 '우산론'은 금융권 전체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고 "비 오는 것을 미리 알려 비를 피하게 하겠다"는 '일기예보론'과 "은행은 기업의 종합병원이고 은행원은 기업의 주치의"라는 '기업주치의론'은 고인을 '중소기업을 아는 CEO' '중소기업과 동고동락하는 CEO'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스킨십 경영'에도 열심이었다. 직원들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고 사내 전자게시판에 CEO와의 열린 대화의 장을 마련해 직원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최근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CEO 편지를 전직원에게 보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열정ㆍ창의ㆍ도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활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고인은 직원들에게 '불타는 열정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을 당부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일에 관해서는 강한 추진력을 지닌 고인은 취임 당시 75조원이었던 기업은행의 자산규모를 3년 반 만인 9월 말 123조원대로 끌어올렸다. 독실한 신앙인이기도 한 고인은 부인 민선희씨와 두 딸을 두고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2월3일 오전7시. 입력시간 : 2007/11/30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