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저가 호텔문화 열린다
이비스호텔, 정액제 감량경영으로 '특급' 3∼4배 실적 올려
이비스 호텔 로비전경
서울 강남의 조그만 비즈니스 호텔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철저한 정액제와 거품을 뺀 감량경영으로 일반 특급호텔들의 3~4배에 달하는 경영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 객실료도 특급호텔의 절반에 불과해 국내외 출장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어 모텔과 특급호텔로 양분된 국내 숙박문화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는 평이다.
대치동 포스코센터 사거리에 위치한 이비스(Ibis) 호텔은 관광호텔에 해당하는 1급(무궁화4개) 수준의 작은 호텔이지만 개업 1년만에 약 100억원의 매출에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보통 서울시내 특급호텔들이 10~15%정도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객실 300여개를 갖춘 이 호텔은 국내외 출장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평균 객실점유율 85%를 기록, 평일에는 아예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호텔업계는 물론 한국관광공사, 문화관광부, 각 대학들까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벤치마킹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이비스 호텔은 우선 기존 호텔들이 객실료를 단체 관광객들에게 40~50%씩 할인해 덤핑판매하는 관례를 배격하고 철저히 정액제를 고수한다. 주중 9만원, 주말 8만2,500원의 정상가를 호텔앞 로비에 공시하고 고정고객에게도 10%이상은 할인해 주지 않는다.
거품을 과감히 제거해 인건비와 관리비를 줄이고 시설을 고객 편의 위주를 전면 개편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호텔은 벨보이등 서비스맨 수를 크게 줄이고 미니 바, 욕조 등 객실내 편의 시설을 모두 없애는 대신 층마다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고 지하에 사우나실, 세탁실을 별도로 두고 있다.
레스토랑도 딱 1개만 운영한다. 직원 수는 전체 50명 정도로 비슷한 규모의 다른 호텔이 400여명을 두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설비나 투입인력은 적지만 투숙객들을 위한 안전은 허술하지 않다.
투자 제휴사이기도 한 프랑스 아코아(Accor) 그룹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 고객의 편의 증진과 함께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한다.
이비스 호텔은 당초 신라호텔이 기반공사를 마친 부지를 인수, 지난해 10월 노보텔 호텔과 아코아그룹이 7대3의 비율로 투자해 설립했다.
인근의 P사나 D사는 물론 테헤란로의 주요 대기업들이 단골 고객들로 회사와 가까운데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특급호텔 수준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이돈민(42) 총지배인은 “비싼 특급호텔을 빼면 딱히 출장자들에게 권할만한 호텔이 없는 현실에서 이비스는 중저가의 새로운 숙박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내년엔 경남 창원에 제2의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등 더욱 ‘작지만 강한 호텔’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입력시간 : 2004-11-07 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