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 1일] 호시우보(虎視牛步)

'호시우보(虎視牛步).' 한 증권사 사장은 2009년 증시가 폐장된 후 이런 말을 던졌다.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투자에는 신중하던 모습을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다'는 사자성어로 표현한 것이다. '49.65%.'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최근 20년간 세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도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08년 증시를 지배했던 '공포'에서 벗어나 희망의 씨앗을 품게 해준 한 해로 2009년은 기억될 것이다. '2조295억원.' 개인투자자들이 2009년 한 해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가입하는 공모 주식형 펀드에서도 지난 한 해 동안 끊임없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가가 50%나 오르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계속 주식을 처분했다. 희망의 씨앗을 품으면서도 시장이 제공한 열매를 제대로 맛보지는 못했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에 따른 트라우마(trauma) 때문에 그저 소처럼 걸었다. 2008년의 공포는 무시무시했다. 코스피지수 1,000포인트 붕괴가 현실화하고 투자했던 펀드가 반 토막으로 전락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시장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 두려움이 소처럼 신중해야 한다고 가르친 셈이다. 증시가 지난해 외국인의 주도 아래 상승세를 지속할 때 개인들이 매도에 치중하자 일부에서는 "개인의 관행적 패배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랬을까. 물론 소처럼 신중했던 투자자들은 시장 평균수익률(49.65%)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무서움을 알고 난 후 합리적 수준의 투자수익에 만족하는 법을 배웠다면 2009년에는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소의 해가 가고 호랑이의 해가 왔다. 지난해 소의 신중함을 배웠다면 2010년에는 호랑이의 예리함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올해도 합리적 수준의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올해도 '호시우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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