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전에 '디지털의 감성'을 입히다

日 작가 마키 호소카와 첫 국내 개인展<br>만화적 인물 반복적으로 등장 몰개성의 현대사회 표현 주목<br>해외 아트페어에서 잇단 호평 일본화단 새 기대주로 급부상

요하네스 얀 베르메르作 '진주귀걸이'

마키 호소카와作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처럼'

네덜란드의 국보급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는 일상의 소소함을 신비한 빛과 섬세한 색조로 표현했고, '서양미술사'의 저자 곰브리치는 렘브란트 다음으로 위대한 화가로 베르베르를 꼽았다. 유작이 40여점에 불과해 유난히 위작이 많았고, 그의 작품가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다. 대표작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는 소설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여기 또 다른 '베르메르의 소녀'가 등장했다. 다름 아닌 팔판동 리씨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일본의 젊은 작가 마키 호소카와의 작품들이다. ◇현대인 닮은 큰 눈의 캐릭터= '북유럽의 모나리자'로 통하는 베르메르의 소녀는 만화 주인공 같은 커다란 눈과 동그란 얼굴로 표현됐다. 금방이라도 말을 건넬 것 같은 살짝 벌린 분홍빛 입술과 촉촉한 눈빛이 고스란히 담겼다. 베르메르가 빛의 깊이감에서 여운을 보여줬다면, 호소카와는 생략된 얼굴의 여백에서 새로운 얘기거리를 만들어 낸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호소카와 작품의 특징은 하얗고 둥근 얼굴을 가진 만화 같은 캐릭터. 눈은 크고 목ㆍ팔ㆍ다리는 가늘고 길다. 첫 한국 개인전을 위해 방한 한 작가는 "단순화 한 '디자인적 미학'과 대량생산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캐릭터"라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몰개성의 인물이라 이름도 없다"고 소개했다. 그의 대표작은 일본 전통 목판화인 '우키요에(부세회(浮世繪) 시리즈'로 기모노를 입은 여인을 주로 선보였다. 이후 르네상스와 바로크, 인상주의 명작에까지 붓을 뻗쳤다. 고전 중에서도 '익명의 인물'과 '일상'을 다룬 작품에 주목한다. 이는 존재의 위태로움과 허무함을 지닌 현대인을 반영한 것으로, 고전적 우아미의 여인들은 화가의 손을 거쳐 디지털 세대에 호소하는 '사이버 걸'의 이미지로 재탄생 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기대주=호소카와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이끄는 '카이카이 키키' 그룹이 제정한'게이사이(GEISAI) 상'의 2004년 수상자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다카시는 명품브랜드 루이비통과의 협업으로 '멀티그램 라인'을 만든 것으로도 유명한 팝아트 작가다. 그가 후원하는 '카이카이 그룹'은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기서 주목 받은 호소카와 역시 해외 경매나 아트페어에서 호평받으며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호소카와는 "고전 명작에서 주제를 가져와 내 방식으로 바꾼 그림들을 '테크노 팝아트'라 부른다"고 소개했다. 익숙한 곡에서 멜로디를 샘플링하고 다양한 사운드, 무의미한 리듬이 반복되는 테크노 음악처럼, 고전에서 모티브를 얻고 만화적인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현대인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이 '테크노 팝'이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26일까지 열린다. (02)3210-0467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