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산심사 지연 장기화 조짐

정부가 제출한 117조5,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 지연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새해 예산 배정과 집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새해 예산안이 올해 안에 처리되지 않을 경우 준예산을 편성, 정부기관의 유지ㆍ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상경비와 이미 국회 승인을 받은 사업의 계속 등에 한해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집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행정자치부 법정교부금 14조원 ▲교육재정 교부금 12조원 ▲국가지원 사업에 대한 보조금 10조~15조원 등 총 40조~50조원의 국가재정이 지방에 내려가지 못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과 집행이 어렵게 된다. 국회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장과 정당별 소위 위원 배정비율에 대해 한나라당과 다른 정당간의 줄다리기가 계속돼 예결위가 공전되고 있다. 예결위 이윤수 위원장과 이한구 한나라당, 박병윤 민주당, 이강래 열린우리당 간사는 지난 9일 종합정책질의를 마친 뒤 10일 간사회의에서 계수조정소위를 9인(한나라당 5명, 민주당 2명, 우리당 2명)으로 구성하되 이한구 의원이 소위원장직을 맡고 11일부터 계수조정소위 활동에 들어가 늦어도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키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소위원장을 이한구 의원 대신 박종근 의원이 맡아야 한다며 간사회의 합의안을 거부, 한나라당과 민주당ㆍ열린우리당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예결위가 12일 3일째 공전됐다. 또 예결위 심사의 기초가 되는 예산부수 법안들의 국회 상임위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를 전제로 5,000억원 정도의 내년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농어촌지원법안들이 농림해양수산위에 계류돼 있다. 농어가부채경감특별조치법안과 농어민 삶의 질 향상법안이 소위 심사를 마친 뒤 전체회의 의결을 미루고 있으며 FTA 비준 이행특별법안은 아예 소위심사조차 못하고 있다. 재경위와 법사위 의결을 거친 소득세법안은 농어촌특별세 징수시한 연장과 서화ㆍ골동품에 대한 과세 등에 대해 각 정당 또는 의원들간의 이견으로 본회의에 계류돼 있다. 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서지 않아 국회에 동의안이 제출되지 않고 있다. 원내 여야 3당은 정책위의장단 협의회와 예결위 간사회의 등을 통해 늦어도 오는 19일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키로 했으며 이를 위해 15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를 가동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예결위가 15일부터 소위활동에 들어가더라도 19일 새해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는 물리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고 22일 또는 23일 본회의 처리도 빠듯하다는 것이 국회 사무처의 입장이다. 장기태 국회 예결위 수석전문위원은 “소위자료가 무려 400여쪽에 달해 소위 활동은 적어도 5일이 필요하고 예산안에 새 비목을 설치하거나 각 상임위에서 삭감을 요구한 것을 예결위에서 증액할 경우 현행 국회법에 따라 해당 상임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를 거치는데 최소한 3일이 걸린다”며 “남아있는 예결위 총심사기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주일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사무처는 특히 올해 정부 예산안에는 세출예산 증액분과 세입예산 감소분이 반영되지 않아 예산심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사무처가 지적하는 세출예산 증액분은 ▲FTA 비준에 따른 농어촌 지원(약 5,000억원) ▲올해 2차 추가편성 때 발행된 3조원의 국채 이자(1,250억원) ▲일반회계가 아닌 공적자금기금에 변칙 계상된 공적자금 상환(1조9,000억원) 및 대러시아 차관 보증채무 이행(2조400억원) ▲이라크전 파병 등이다. 세입예산 감소분은 ▲재경위 각종 세법 개정안 처리(2,755억원) ▲국제금리 인상으로 정부 예산안상 2조4,000억원으로 잡혀 있는 한국은행 잉여금 감소(약 6,500억원) 등이다. <구동본기자 db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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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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