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일] M&A와 오너 경영

얼마 전 한 금융회사의 인수합병(M&A) 담당자를 만났더니 자신이 겪은 황당한 일을 전하며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화에 이르자면 한참 멀었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정을 들어보니 한 중견그룹으로부터 신성장동력과 관련된 중소 벤처기업을 찾아달라는 문의를 받아 인수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협상이 깨졌다는 얘기였다. 해당 그룹의 실무자 선에서는 가격과 조건 등이 어느 정도 조율되면서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최종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바람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전했다. 대기업 입장으로서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M&A 계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결정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순간에 오너가 인수의지를 보여주지 않아 실무자는 더 이상 계약을 진행할 수 없었고 결국 M&A는 성사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세계 산업계는 주말에 협상을 마치고 월요일에 타결이 공개되는 '먼데이 M&A'가 붐을 이루고 있다. 제록스나 애보트래버리토리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마침내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인식을 갖고 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형상으로는 대규모 M&A장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들의 M&A에 대한 움직임은 다소 조심스러워 보인다. 이전에는 M&A를 자산 불리기의 수단으로 활용해 중견기업들도 대거 참여하곤 했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최근 대우건설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외국계 투자가의 참여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외국 자본에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하이닉스와 현대종합상사의 매각에도 효성과 현대중공업만 단독입찰에 응했을 뿐이다. 기업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는 일부 기업들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며 인수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례를 의식한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때문에 많은 우리 기업들이 경제의 대전환기에 하나같이 M&A를 꺼리고 보수적인 경영으로 일관한다면 자칫 재도약을 위한 호기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매물이 매력적이고 여력이 있다면 한번쯤 과감히 나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다. 전문가들은 M&A시장이 살아나자면 무엇보다 오너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1세대 경영자들처럼 과감한 개척자정신을 발휘해 세계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기업가정신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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