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1월 20일] 오리털, 미꾸라지, 이웃사촌…

오랫동안 세무행정을 해온 사람들은 세제나 세정에 대해 우스개소리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가장 먼저 드는 원칙은 일명 ‘오리털 이론’이다. 오리털 점퍼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리털을 뽑아야 하는데 오리가 다치지 않아야 다음에도 오리털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극심한 조세저항을 야기하는 세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로부터 종합부동산세가 일부 위헌으로 판정난 이면의 가장 큰 이유는 해마다 수배씩 늘어나 조세저항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행 종부세 과세기준을 그대로 둔다면 적용세율을 낮추는 것이 타당하다. 이제부터 기준시가와 과표적용률 등을 동결한다 해도 그동안 상당부분 올랐던 점을 감안한다면 세율인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이중과제를 피하기 위해 종부세 부과액에서 이미 낸 재산세를 감면해주고 있는 만큼 종부세율이 너무 낮으면 일정 구간에서는 실질적인 종부세 부과액이 미미해지게 되므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 형평성이 중요 다음으로 그들이 드는 원칙은 ‘미꾸라지 이론’이다. 세상에 좋은 세금은 없다고 본다면 누구나 불법이 아닌 이상 세금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미꾸라지’, 즉 조세회피가 가능한 한 없도록 해야 한다. 민주당 등 야권이 헌법재판소가 내린 세대별 합산부과 위헌결정에 반대하는 이유도 바로 부부 등의 공동명의 전환으로 조세회피를 조장한다는 데 있다. 물론 민법상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고 이미 부부의 자산소득을 합산과세한 데 대해서도 위헌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번 위헌결정은 법리적으로도 전혀 결함이 없다. 더욱이 이제는 가족법 체계도 호주제가 폐지되고 개인별 가족등록부로 대체됐을 뿐 아니라 홍콩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인 합계출산율(1.2)을 감안할 때 헌재의 결정은 일정부분 시대적 합리성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법개정이 이뤄지기 전인 벌써부터 납세자들이 공동명의 전환의 득실을 따지고 심지어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부부명의냐 단독명의냐의 여부에 따라 종부세 과세기준을 달리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을 보면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특히 위헌결정으로 이미 부부 공동명의를 선택한 가구에 대해 세금환급이 이뤄지는 만큼 조세의 형평성이 훼손된다는 반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은 종부세 폐지와 재산세로의 통합이 될 것이다.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물건별로 과세하는 만큼 조세회피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비록 국세라고는 하나 그동안 종부세는 지방을 위해 쓰였던 세금이고 또 보유세인 만큼 재산세로 통합해야 마땅하다. 야권이 반발하고 있는 지방세수의 부족문제는 종부세 세수만큼 재산세를 늘리거나 일부 국세의 지방세 전환으로 해결하면 된다. 조세저항·회피 없도록 해야 ‘이웃사촌 이론’이라는 것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인데 한나라당이 공동명의로 전환할 경우 취득ㆍ등록세의 감면을 검토한다든가 단독 보유자의 과세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 등을 거론한다든가 하는 것은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민주당이 고령자에게 세액공제해주는 것에 반대하고 상속ㆍ증여나 양도 때까지 종부세를 유예해주도록 제시하고 있는 것도 고액자산 보유자까지 혜택을 받는 모순으로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여튼 헌재의 위헌결정을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특정시점에 부과하는 보유세의 성격에 맞지않는 장기보유자 특별공제 방안까지 거론되는 등 갖가지 묘안이 등장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한가지 원칙이 있다면 조세의 형평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여야는 정치적 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세제개편으로 억울한 납세자가 또다시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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