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8월 29일] 공기업 기능조정 옥석 가리자

올해는 우리나라가 해외에 광고시장을 개방한 지 2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지난 5월30일 한국광고학회는 ‘한국 광고시장 개방 20년의 진단과 평가’를 주제로 광고시장 대외 개방의 득실(得失)에 대한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개방의 이익으로는 1990년대 한국 광고시장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과 광고의 과학화와 조사 데이터의 질적 발전에 기여한 측면, 다양한 크리에이티브가 나타난 계기로 작용한 것과 광고회사의 서비스가 전문화되고 영역별로 특화됐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에 손실로는 광고회사들의 단기적인 비용효율성 추구로 인해 신입사원을 뽑아 전문인력으로 키우는 인력양성 메커니즘의 붕괴, 광고효과 위주의 광고비 집행으로 미디어들 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는 점, 광고회사 간 과당경쟁이 유발된 측면을 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광고인들의 고용 불안정, 광고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업계의 중장기 투자위축도 손실로 지적됐다. 공기업인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가 이러한 손실을 보완해오며 국내 광고진흥사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광고 전문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월간 ‘광고정보’지와 광고 관련 학술지 ‘광고연구’를 창간해 학계와 업계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으며 예비 광고인 양성과 광고인 재교육 기관의 역할도 수행해왔다. IMF 외환위기 이후 광고회사들이 자금압박 등의 문제로 소비자 조사를 하나둘 포기할 때 새로운 소비자 조사를 실시해 양질의 데이터를 광고업계에 제공해왔고 광고산업에 필요한 각종 연구 프로젝트도 지원해왔다. 최근에는 광고계의 숙원사업이던 광고문화회관을 건립해 업계의 기간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광고계의 인력양성과 광고산업 발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것이 KOBACO의 광고진흥사업 부문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최근 대두되고 있는 KOBACO의 광고진흥사업 부문에 대한 기능조정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하겠다. KOBACO가 광고진흥사업 기능을 민간에 이양한다는 것은 광고인력 양성, 광고 관련 기관의 운영지원, 광고전문 연구 및 출판 등의 사업에서 손을 뗀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체험한 바로는 광고진흥사업은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하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사업이기에 수익성은 거의 없었다. 필자는 1977년부터 다수의 광고전문지를 편집했으며 과거 한국광고연구원장 시절에는 광고전문 월간지도 발행하면서 교육사업도 해보았지만 모두 적자를 면하기 어려워 문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국내 광고산업의 매체별 취급액 규모는 8조원에 달하는 등 규모면에서 세계 10위권에 육박한다. 이러한 광고산업의 성장은 수익성과는 거리가 있는 기초적인 인프라 사업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달리 말하면 방송광고 판매에서 거둔 KOBACO의 수익을 공익 차원에서 ‘광고진흥사업’으로 환원해온 점은 광고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의 하나였다. KOBACO의 광고진흥사업이 중단된다면 인력양성을 위한 교육비도 업계에 큰 부담일 뿐더러 광고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의 진흥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광고업계의 전문화와 과학화에 기여하고 있는 광고 전문지나 광고 관련 자료의 경우도 그 파생효과까지 고려하면 광고진흥사업의 공적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실용’과 ‘효율성’으로 대변되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광고산업에도 일정 부분 반영되는 것은 당연할 터이나 광고진흥사업과 같은 영역은 공적 부문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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