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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건축문화대상] 일반주거부문 대상, 제주 스테이 비우다

감귤밭·쪽빛바다… 평범한 일상 예술로 승화

제주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감귤창고를 모티브로 노출 콘크리트 위에 삼각 지붕들을 올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노출콘크리트의 색상과 질감이 변하면서 계속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게 된다.

사다리를 타고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낮엔 햇빛이, 밤엔 별빛이 비추는 침실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앞쪽엔 초록과 주황빛이 뒤섞인 감귤밭이, 그보다 더 먼 곳엔 쪽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세 가지 빛깔이 보이는 대지 위에 살포시 자리잡고 있다. 회색의 노출콘크리트로 이뤄진 건물은 자신을 뽐내는 대신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시간이 덧입혀져 노출 콘크리트 외벽이 깎이고 짙어지면 건물은 새로운 매력을 뿜어내게 된다.

건물이 위치한 대지는 평균경사도가 약 12%인데다 바닥간 단차가 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미운 오리' 땅이었다. 하지만 지형적 특성을 최대한 살려 건물을 짓고 나니 귤나무숲 너머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조망할 수 있는 훌륭한 지형으로 변신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평범한 일상을 예술로 변신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건물의 모티브가 된 감귤 창고는 어느 곳에서나 감귤밭이 펼쳐진 제주에선 가장 일상적이고 친근한 장소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군데군데 삼각 지붕을 얹은 회색 건물이 만들어지는 순간, 감귤 창고는 어느새 특별한 조형미를 갖춘 작품처럼 느껴지게 된다. 가장 제주스러운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건축주와 설계자는 매주 만나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나눴다.

10개로 이뤄진 객실 역시 저마다의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 품은, 끝없이, 자유로운, 빛, 비인, 늘, 새로운, 지금, 여기라는 순우리말로 이뤄진 방은 10실 10색을 드러낸다. 모든 객실로 들어가는 출입로를 다르게 배치해 방문객들이 서로에게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비인'의 경우 1층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조망할 수 있으며 펜션에서 하우스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연주자들이 묵는 '음악가의 방'이다. '품은'은 대지와 어머니의 품이라는 의미답게 가장 고요하고 아늑한 방이다. 창문이 해가 뜨는 방향에 나 있어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느낄 수도 있다. 방 두 개로 이뤄진 '늘'과 '새로운'의 침실은 사다리를 타고 다락으로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삼각 천장 위쪽으로 창을 내 누웠을 때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건축주인 권지민 대표가 "스테이 비우다에 10번 방문하더라도 전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객실마다 다르게 꾸몄다"고 말할 만큼 각기 다른 객실 특성을 자랑하지만 모든 객실이 갖추고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욕실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는 점이다.

욕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공간, 즉 '비우는' 공간이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욕실에서 자연을 직접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세면대 앞엔 일반 거울이 아닌 흑경을 놓았다. 권 대표는 "모든 것을 선명하게 비추는 맑은 거울을 대신해 그 자리에 나를 비추는 검은 거울을 설치해 보는 행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객실마다 문 옆에 붙여진 문패는 캘리그라퍼 김종건 작가의 글씨를 청동으로 본을 떠 걸어 놓은 것이다. 바로 옆엔 발음과 의미가 영어로 쓰여 있어 펜션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호도나무를 깎아 간결한 디자인으로 만든 가구와 누비 소재, 천연 광목으로 만든 침구 등 작은 구성 하나까지 예술성을 살려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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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감귤창고 등 제주만의 특성 살렸죠"

설계자 방철린 칸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너무 튀게만 보이는 것보다는 건축물이 놓인 땅과 역사 속에 잘 녹아 들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를 설계한 방철린(사진) 칸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가 추구하는 건축 가치는 '무위(無爲)'다. 무위는 도가의 중심 사상으로 인위적인 행위보다는 자연의 섭리에 맞춰가는 삶을 의미한다. 방 대표는 건축 역시 홀로 한껏 뽐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관계를 맺어가며 그 속에서 배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에서 배움을 얻어 만들어진 공간이다. 처음 방 대표가 제주에서 주목한 것은 돌담과 감귤창고였다.

방 대표는 "처음 돌담을 봤을 때 굉장히 엉성하게 올려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니 돌과 돌 사이에 숭숭 나 있는 구멍 사이로 바람이 드나들면서 오히려 더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수 있더라"고 감상을 밝혔다. 돌과 돌 사이 바람이 지나가는 공간은 제주 스테이 비우다에서 건물 중간 중간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앉아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변신했다. 방 대표는 "정리가 안 되어 있는 듯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공간이 오히려 친근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쉴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할 수 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감귤 창고는 제주 스테이 비우다의 기본 형태를 결정짓는 모티브가 됐다. 방 대표는 "귤밭마다 늘 창고가 있는데 단순하게 생겼지만 눈에 와 닿고 마음에 와 닿았다"라며 "집의 원초적인 형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제주 스테이 비우다는 감귤창고처럼 군데군데 삼각 지붕을 얹은 모양이 됐다. 이 삼각 지붕은 객실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마주칠 수 있는 다락방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방 대표는 "다락방에 가서 누우면 천장에 난 창으로 밤에 수많은 별이 보인다. 그 별을 보면서 잠이 들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층 카페의 5m에 육박하는 천장 높이는 방 대표가 음악회를 위해 특별히 신경 써서 고안한 설계다. 천장이 너무 높아도, 낮아도 음악을 느끼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적절하게 울림통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천장 높이를 고민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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