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대학입시에서 내신과 수능의 비율을 50대50으로 하면 된다`(박승 한은 총재, 9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 발언). `강남 집값 상승은 기본적으로 교육 등 경제외적 요인이 더 크다. 따라서 사회개혁적 처방이 경제적 처방과 병행돼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박 총재, 10월 금통위 후 발언)
박승 총재는 지난달과 이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동결한 후 `부동산 대책`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금리인상 한계론`을 일관성 있게 강조했다. 서울 강남이 발원지인 부동산 투기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교육정상화, 지역균형발전 등이 세제ㆍ금융 정책 등과 맞물려야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은은 `금리 카드`만으로는 부동산 투기를 막는 효과가 미미하며 경기ㆍ수출 등 거시경제 전반을 고려할 때 금리를 올릴 시기가 아니라는 쪽으로 확실하게 입장을 정리했다. 반대로 금리를 내리는 것 역시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뿐 아니라 부동산문제가 아무래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콜금리목표를 3개월 째 3.75%로 묶어 둘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금리정책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경기 회복되면 금리인상 검토=박 총재는 “부동산투기의 원인으로 저금리를 지목하는 여론이 많다는 걸 안다”면서도 “그러나 여러 가지를 고려 할 때 지금은 금리를 올릴 시점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로 그는 “강남의 집값 상승은 사교육을 통해 수능점수만 잘 받으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천민적인 교육제도`가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박 총재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부동산투기가 계속 문제가 되면 금리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금리를 올려서라도 투기를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부담을 느낀 듯하다. 그러나 한은의 기본적인 금리정책 기조는 `부동산 대책으로서의 금리인상은 고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다`는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부동산 투기가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대두됐기 때문에 경기침체 속에서도 금리인상론이 우격다짐으로 제기되는 것”이라며 “거시경제를 냉정히 따져보면 경기회복 기조로 강하게 돌아서지 않는 이상 금리를 올리는 문제는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진단 변함 없다”=박 총재는 “우리 경제는 2ㆍ4분기 바닥을 찍고 3ㆍ4분기이후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 내년에는 4~5%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은의 경기 진단과 경제를 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달라진 게 없다” 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 전망을 수정하는 문제에 대해 그는 “11월에 3ㆍ4분기 실적이 나오고 12월에 올해 연간 성장률과 내년 전망치를 추계해 발표하게 된다”며 “따라서 현재로서는 연간 전망을 수정해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실무적인 추계와 시산은 항상 하고 있으며, 올해 경제성장이 전망치(3.1%)를 밑돌아 3%대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고 피해갔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