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때늦은 감 있지만 준비 철저히"

■ KDI, 노령화시대 대책 권고연금·사회보장등 복지확대만으론 한계 정부가 '노령화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은 일견 다행스럽지만 이미 때늦은 감이 적지않다. 미국ㆍ프랑스ㆍ일본 등 선진국들이 노인인구가 급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사회보장시스템 약화, 잠재성장력 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0년 전부터 준비해온 점을 감안하면 한참 뒤늦은 대응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IMF 이후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50대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회의 조로(早老)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평균수명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장년층 사이에서는 "직장에서 쫓겨나면 30~40년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다"는 비탄이 절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우리가 거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고령화사회로 급속히 내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문제는 사회보장이나 연금확대 등 복지 차원만으로 해결할 일도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고용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노동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기퇴직 바람으로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 경제가 늙는다 고령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노동시장에서 젊은 사람의 비율이 떨어지고 취업자수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생산인구 자체가 고령화되면서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취업자수는 오는 2020년 2,519만4,000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 2045년에는 현재 수준을 밑돌게 될 것"이라며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의 가운데 연령도 현재 40세에서 30년 뒤에는 47세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노년층이 늘면 민간저축률도 감소한다. 또 재정수지가 악화되면서 정부저축률도 줄어든다. 총저축률이 감소하면 가용자금이 적어지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자본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며 불어나는 연금기금도 전문성 없이 '안정성'만 따라가다가 위험자산과의 투자균형이 깨지면서 자본시장을 경직시킬 가능성이 높다. 조세수입 악화, 연금 수급자 및 노인복지비 증가 등에 따라 재정수지도 악화될 것이다. 당연히 국가부채도 늘 것이다. 저축이 줄고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선진국처럼 기업이 개발도상국으로 자본을 이동시키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나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조기퇴직 유인이 가장 강한 나라다. 지난 98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조기퇴직 유인이 강하다. 뉴질랜드의 경우 92년부터 2001년 사이에 수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 61세 이상 노인인구 취업자수를 38.1%에서 58.5%까지 늘렸다. 공적연금의 총비용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 떨어졌다. 급여액을 보험료 납부액 현가에 연동시킨 스웨덴, 62세 근로에 대해 프리미엄을 지급한 덴마크도 근로유인을 높이고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봤다. 각국은 고용의 신축성도 높이고 있다. 2000년 오스트리아는 45세 이상 근로자가 주종인 기업은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분의1까지 축소할 수 있게 했다. 또 고령 근로자 고용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50세 이상 근로자의 해고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제공했다. 독일은 보조금 지급요건을 55세 이상 근로자가 고용된 기업으로 대폭 완화했고 캐나다는 고령의 해고 근로자에게 지급됐던 임금보조를 폐지하고 비영리 부문에 노령 근로자를 알선, 노인실업을 줄이고 고용기회도 창출했다. ▶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고령화 파급효과가 2010년 후에나 나타난다고 해도 정부대책이 먹히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최선의 방책은 가급적 많은 노동력이 오랫동안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금ㆍ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고 고령자의 근로유인을 높이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KDI는 "98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수급개시 연령을 연장하고 소득대체율을 인하했으나 아직도 조기퇴직 유인이 강하다"며 "앞으로 ▲ 수급개시 연령 연장 ▲ 소득대체율 추가인하 ▲ 연금소득의 과세 등을 통해 조기퇴직 유인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연금기금의 급속한 증가가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고 연금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을 미국 중장기 국채 등 해외자본시장에 투자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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