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수출 왜 안늘어나나

美·日경기침체로 수요감소 수입규제 강화도 위축요인원화환율이 오르는데도 수출이 기대만큼 늘지 않고있다. '환율이 오르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일반적인 분석이 먹혀들지 않고있다. 이 같은 현상은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로 인해 수입수요가 줄고 있는데다 원화약세와 함께 엔화약세도 동시에 이루어져 상승효과가 반감되는게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위엔화를 절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다수의 기업들이 올해 수출이 당초 예상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수출 왜 안 늘어나나=수출환경에 난기류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67%가 올해 수출경기가 지난해보다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수출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업체는 38.7%에 머물렀다. 그 이유는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원화환율 상승으로 수출 호조를 보이다 2월 이후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이 다소 주춤하고 있는 자동차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최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ㆍ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8.8%의 수출증가 효과가 발생하지만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환율이 더 큰 폭으로 절하하고 있어 그 효과는 거의 상쇄되거나 오히려 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원화 및 엔화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무역업계의 35%는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큰 영향이 없다'는 38%로 나타나 환율변화가 수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인하 압력도 수출침체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환율 10% 상승시 수출가격 인하에 대한 무역협회의 설문에서 39.7%만이 가격을 인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력시장의 경기침체와 수입규제 강화도 수출을 늘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는 수입수요 감소, 가격인하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자국산 제품의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 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수출을 급격히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주력업종 고전=환율상승의 대표적 수혜업종인 자동차, 전자업체들은 환율상승이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위험요소가 많아 현상을 유지하거나 약간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조4,000억원 환차익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및 일본의 경기악화로 인한 수요감소와 판매가격 인하 압력이 이어질 경우 수출이 줄어 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올 1ㆍ4분기 수출이 지난해 4ㆍ4분기에 비해 7~8%정도 감소했다"면서 "만약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고 엔화하락만큼 원화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출비중이 68%에 달하는 삼성 제품의 가격경쟁력에 치명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는 종합상사의 수출도 심각하다. 지난달 수출이 53억8,3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0.3%나 줄어들었다. 포철, 동부철강, 인천제철 등 철강업계는 일본 시장이 더욱 악화되고 미국의 수입규제 압력이 강화될 것에 대비해 수출시장을 중국, 유럽, 동남아 등지로 넓히는 방안을 적극 강구중이다. 전체 수출의 30%가량을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는 섬유업계도 지난 1월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이 각각 17.4%와 25.5% 감소했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경기부진에 엔화약세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특히 일본 수출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이 위엔화 절하에 나설 경우 전산업부문에서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책은 무엇인가=업계는 원가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존 수출물량 유지, 수익성 위주로 전환, 환리스크 최소화, 해외영업 강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당초 예상환율을 달러당 1,300원 이하에서 1,350~1,4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환차손 방지를 위해 수입부서를 중심으로 선물환을 통한 헷지를 크게 강화하고 있다. 재계는 정부가 나서 금융불안을 해소하고 적정환율 유지에도 적극 나서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 무역금융을 늘리고 기술개발ㆍ시설자금 지원을 확대하는데도 힘을 쏟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최근 악화된 수출여건을 타개하기는 업계만의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범정부차원에서 실질적인 수출진흥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진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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