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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이젠 소프트스트럭처다] <2> 현장 중심 인재육성에 올인하라

새내기 과감한 현장투입… 이론·실무 겸비 '일당백 전문가'로

삼성엔지니어링 신입사원 "현장서 부딪히며 깨달아라"

입체적 사고·업무감각 키워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밑거름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건설업체들이 현장중심의 인력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UGCC 현장에 투입된 삼성엔지니어링 신입사원들이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신희철기자

우즈베키스탄 아랄해 인근 악찰락 지역. 수도 타슈켄트에서 2시간30분간 비행기를 타고 누쿠스 공항으로 이동한 후 또다시 2시간 가량 자동차로 달려야만 닿는 곳이다. 이곳에는 수르길 가스처리·폴리머 플랜트 공사현장(UGCC Project)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어렵게 도착한 현장에는 대한민국의 20대 새내기 건설인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그들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여름이면 최고 영상 44도, 겨울 최저 영하 31도에 달하는 혹독한 기후에 소금과 먼지를 동반한 모래바람이 사계절 내내 이어져 선글라스와 마스크, 방한복이 '생존 수단'일 정도로 열악한 곳이지만 새내기 건설인들의 '열정'은 그보다 뜨거웠다. 박현경 삼성엔지니어링 사원은 "지난해 현장으로 파견된 후 약 1년 동안 현지 작업자들과 직접 부딪히고 큰 소리로 지시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현장감각을 익히게 됐다"며 "고작 신입사원이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대리, 과장급이 할 수 있는 일들까지 해결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이 현장 중심의 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점점 치열해지는 해외건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육성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신입사원 교육은 국내 강의와 3주 가량의 짧은 해외파견 위주로 이뤄져 왔지만 점차 해외파견 기간을 늘리고 신입사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유위성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관리연구실 연구위원은 "신입사원이 현장에 곧장 투입되면 기여도는 낮을 수 있지만 초반부터 경험을 늘리는 게 오히려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해외사업의 발주형태가 점차 다양해지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들 역시 전문가 양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새내기, 거친 현장서 몸으로 배우다=이날 현장에서 만난 삼성엔지니어링 신입사원 20명은 모두 20대 중후반으로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었다. 주로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을 들어온 후 현장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곧바로 오지의 현장에 투입된 것.


이들이 마주친 어려움은 단순히 무더위나 모래바람 등 자연적인 요인에 그치지 않았다.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인 인부들과 함께 호흡하며 위험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준형 사원은 "스케줄이나 비용, 장비 등을 직접 관리해야 하고 공사 감독도 병행해야 하는데 현지 인부들이 영어도 못하는데다 공사 이해도도 떨어져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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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플랜트 사업이 전무해 관련 인프라가 극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장비나 공사용 자재를 수급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르고 건설 전문인력이 부족해 원활한 공사진행이 쉽지 않다. 현지 인부들은 대부분 우즈벡어나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영어를 할 줄 몰라 의사소통도 어렵다.

◇현장에 답이 있다…부딪혀 깨달아라= 해외현장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조차 애를 먹는 곳에 신입사원들을 과감히 투입한 것은 직접 부딪혀 얻는 경험이 향후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가장 큰 밑거름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기존에 학교 강의식으로 이뤄져 왔던 교육으로는 입체적인 사고능력과 현장감각을 심어줄 수 없다는 지적들을 수용한 것. 파견 기간 중 현장소장을 비롯한 리더급 임직원들에게 업무지도를 받고 실제로 공사 및 관리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UGCC 현장에서는 신입사원들이 사업의 주요 업무를 담당할 정도로 활약하는 모습이었다. 우즈벡인, 인도인, 중국인 등이 뒤섞인 사무실에서 일정, 급여, 복지와 관련된 관리업무를 도맡아 하는가 하면 공사현장에서 철골 설치나 콘크리트 타설을 직접 지휘 감독하기도 했다. 김헌수 삼성엔지니어링 독립국가연합(CIS) 담당 상무는 "배치된 후 한달 가량은 안전교육만 집중적으로 받게 하지만 점차 담당 임무를 늘려줌으로써 책임감을 키워주고 있다"며 "당초 우려와는 달리 신입사원들이 빠르게 적응하면서 사업수행의 훌륭한 전력이 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사람 몫에서 일당백의 전문가로= UGCC 현장의 신입사원들은 아직 한 사람의 몫조차 다하지 못하는 풋내기지만 언젠가 일당백의 전문가로 성장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가족이 그립고 여가시설이 부족한 어려움 등이 따르지만 현재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면 현장을 이해하고 설계도면을 그릴 줄 아는 진정한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특히 현장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해 본 경험이 설계의 정교함과 효율성을 높이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재환 사원은 "실제 현장에서 공사에 참여하다 보면 현장 직원들이 느끼는 애로사항들을 발견하게 된다"며 "나중에 설계를 직접 담당하게 되면 현장에서 겪을 어려움이나 충돌하는 부분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설계도면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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