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7월25일] 시험관 아기 첫 탄생

박민수 <편집위원>

결혼한 부부 10쌍 가운데 1쌍은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임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그러나 전혀 이상이 없는데도 아기가 안 들어서 고민하는 부부들도 많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아무리 ‘원수’ 같아도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아기를 갖지 못하는 부부가 겪는 사회ㆍ경제적 비용과 심적 고통은 안 겪어본 사람은 잘 모른다. 1978년 7월25일 전세계가 흥분했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엄마 몸 밖에서 수정된 아기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시험관 아기(체외수정아). 이날 영국 올드햄병원에서 2.6㎏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태어난 여자아기의 이름은 루이스 브라운. 신의 고유 영역인 인간 탄생 비밀의 문을 인간이 기어코 열고만 것이다. 불임으로 고민하던 레슬리 브라운은 올드햄병원 산부인과 의사 패트릭 스텝토와 케임브리지대학의 생리학자 로버트 에드워즈를 찾아와 상담했다. 두 사람은 이미 12년 동안 최소한 100번 이상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시험관 아기와 관련해서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였다. 연구팀은 레슬리의 난자와 남편 존 브라운의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수정란을 48시간 후 레슬리 자궁에 착상시키는 데 성공했다. 수정란은 예정보다 3주 빠르기는 했지만 다행히 아무 이상 없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륜을 거스르고 신의 영역에 도전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바티칸은 ‘자연의 섭리에 반한 근원적 악’이라며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일부 과학자들도 위험성을 거론했다. 그러나 ‘시험관 아기’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20여년 동안 30만여명의 시험관아기가 탄생했다. 우리나라도 1985년 10월12일 서울대병원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이후 신에 대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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