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리가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국채 3년물 금리가 3.2%대에 머물고 있으니 1년 정기예금금리가 7~8%에 달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이나 채권시장에서 돈을 빌리는 입장에서 보면 낮은 금리는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월급을 모아 저금하는 직장인이나 노후에 이자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현상이 빠르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이다. IMF를 지나며 ‘남의 돈’을 쓰는 행태가 많이 달라져서 기업들이 번 돈 내에서만 투자를 하려고 하고 지난 2001년과 2002년에 벌어졌던 대대적인 신용 붐이 꺼지면서 가계도 돈을 많이 빌려 쓰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가 나빠 통화당국이 돈줄을 죌 수도 없으니 자금수급으로 결정되는 금리가 올라갈 일이 없는 상황이다.
혹자는 이런 저금리가 정부나 통화당국의 무책임한 정책 때문이며 따라서 금리를 더이상 떨어뜨리지 않거나 오히려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금융자산이 많은 계층이 이자소득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리고 저축하는 사람들도 저축을 덜 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부분적으로 맞고 전체적으로는 틀리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 경제의 금리는 그 경제가 벌어들이는 소득과 관계가 있다. 즉 저금리는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 정부정책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것이다. 만약 경제가 돈을 못 벌고 있는데 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리거나 통화당국이 돈줄을 죄서 금리가 오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마 그나마 자금을 빌려다 투자를 하려고 했던 사람은 계획을 포기할 것이고 이자소득자의 이자는 상당 부분 정부나 통화당국이 대주는 모양이 될 것이다.
금리가 오르려면 결국 민간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야 한다. 민간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지 못하면 정부나 통화당국은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이자소득자들의 이자는 돈을 벌어들이는 민간기업의 투자를 통해 지급돼야 의미가 있다. 현재의 저금리는 경제의 활력이 없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좋은 신호가 아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