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무역적자 급증… 베트남 경제 '비틀'

인플레 압력 커지고 나라빚도 늘어 통화가치 급락<br>일부선 "민간부문 성장세 확대될 것" 반론도



개혁개방을 뜻하는 '도이 머이'정책을 채택한 뒤 1990년대 서구권 투자 열풍의 한 축을 주도했던 베트남이 글로벌 경제위기 회복 국면에서 크게 주춤거리고 있다. 식품과 주택 비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데다 누적된 무역적자와 외채증가로 동화가치가 떨어져 경제 전반이 악화되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말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두 차례 화폐가치 절하를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SBC은행은 "베트남의 인플레이션이 걱정할 만큼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며 "중앙은행이 결국 기준금리를 또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발표된 베트남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46%를 기록하며 지난 1년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무역적자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6일 국영 베트남통신(VNA)은 올 1ㆍ4분기 무역적자가 당초 예상보다 10억 달러 늘어난 36억 달러가 될 것이라 보도했다. 베트남은 경쟁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를 동시에 보이고 있어 무역적자 확대가 보유외환 축소 전망을 확대시킬 수 있다. 이달 중순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베트남 동화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고 (금리 인상 등) 더 강화된 긴축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베트남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는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투자 회복세가 되살아나면서 신평사 S&P가 인도네시아의 투자등급을 상향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인플레 및 금리 인상은 아시아 권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유독 베트남에서만 외인 투자가 급감하며 위기가 증폭되고 있는 이유는 '투자 팡파레'를 경험한 국가의 '롤러코스터 후폭풍'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와 통화 가치절하가 나타나면 쉽게 자신감을 잃게 된다"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여전히 새로운 위험도가 남아 있는 만큼 베트남 같은 나라가 상처 입기 쉬운 상황"이라고 평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베트남 비나증권의 통계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베트남의 외환보유고는 2008년 말 23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150억 달러로 줄어들며 35% 가량 축소됐다. 지난해 외국인들의 직접투자금액도 전년 대비 64% 줄어든 215억 달러에 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채 증가로 베트남의 외환보유고가 수입물량의 2.6개월 분에서 1.6개월 분량으로 줄어들며 1994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수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물론 베트남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지난 2월 기준으로 2,4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마크 모비스 템플턴 자산운용 회장은 "베트남의 민간 부문 성장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투자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테마섹에 따르면 베트남 소매 시장은 2015년까지 5년간 연간 30% 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경제 상황이 경색된 뒤 가격 통제와 수입 억제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 등 개혁 개방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여전히 투자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는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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