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박 승 전 총재 "盧정권때 화폐개혁 불발, 후회할 때 올 것"

박 승 前 한국은행 총재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출간



"88 올림픽 다음해 주택 가격이 폭등하자 문희갑 당시 청와대 수석이 이미 개발이 확정된 평촌과 산본 외에 분당까지 개발하자고 제의했다. 나는 문 수석의 제의에 동의하고 나아가 경기 북부에도 신도시를 지어야겠다고 했다. 김신조 사태 후 기피지역으로 여겨졌던 강북에 신도시를 건설해 안보불안을 제거하고 남북 교류의 교두보로 활용하는 한편 강남ㆍ북 불균형을 완화하자는 역발상이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74년의 인생을 되돌아본 회고록을 펴냈다. 박 전 총재는 2일 오후4시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책은 지난해 7월부터 올 11월까지 1년4개월간 한국일보에 연재한 '고난 속에 큰 기회 있다'는 글을 바탕으로 지면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첨부해 출판한 것이다. 500여쪽의 방대한 글에서 박 전 총재는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힘겹게 대학을 졸업한 뒤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교통부 장관, 한은 총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경제의 역사와 호흡을 함께한 역정을 담담하게 회고한다. 특히 건교부 장관 재직 당시 불모지였던 일산을 신도시로 개발하게 된 과정과 한은 총재 시절 화폐개혁을 시도했던 일화 등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등장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박 전 총재는 2002년 한은 총재 취임 직후 17명으로 '화폐제도개혁추진팀'을 구성해 개혁 청사진을 마련했다. 여기에는 1,000원을 1환으로 교환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 화폐 단위를 달러화와 유사한 수준으로 낮추고 100환(10만원), 50환(5만원)권 등 고액권을 발행하며 지폐 인물을 김구ㆍ신사임당ㆍ정약용ㆍ장영실 등으로 전면 교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박 전 총재의 이 같은 계획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인을 얻지 못해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박 전 총재는 당시를 회상하며 "화폐개혁을 이루지 못한 것을 언젠가 후회할 때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노무현 정부는 인플레이션 자극과 부패 조장 등의 이유를 들어 화폐 단위 변경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다분히 일시적이거나 심리적인 이런 우려 때문에 해야 할 개혁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은 총재가 금리 결정 과정에서 겪는 고민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취임시 4.0%였던 정책금리를 3.25%까지 내렸다가 임기를 마칠 때는 4.0%로 올렸다. 재임 기간 금리를 낮게 유지해 부동산 거품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나 역시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신용카드 대란으로 오히려 (금리를) 내려야 했다" 책에는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박 전 총재의 남다른 애정도 담뿍 담겨 있다. 그는 "얼마 되지 않는 여생이 끝나면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의 그늘진 곳으로 환원하겠다고 다짐했다. 사후에 모든 장기를 기증하려 했으나 나이가 많은 관계로 안구만 기증할 수 있다고 해 병원에 안구 기증을 등록했다"는 대목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사회 어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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