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소송 물꼬 튼 IV '특허괴물 본색'

코닥등에 사상 첫 우회訴… 국내기업도 "올것이 오나" 긴장


세계 최대 특허펀드인 인텔렉추얼벤처스(IV)가 자회사를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첫 특허소송을 시작하면서 특허전쟁의 전면에 나섰다. 정보기술(IT) 특허 비중이 높은 IV가 소송의 물꼬를 틈에 따라 국내 IT기업들도 소송의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들도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을 숨긴 채 IV를 통해 거액의 특허료를 요구하는 등 특허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20일 국내외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특허펀드인 IV사는 지난 8월 중순 픽처스프레임이노베이션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이스트만코닥과 CDW사에 999만달러의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IV사는 2000년에 설립된 투자규모 6조원의 초대형 특허펀드로 IT 관련 특허만 3만개에 육박하지만 최근까지 단 한 건의 소송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들과의 특허료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자회사에 특허를 팔고 자회사가 3자에게 특허를 넘기는 특허세탁을 통해 첫 소송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IV는 '소송으로 기업을 괴롭히는 특허괴물'과 다르다고 강조해왔지만 이번 특허세탁을 통해 특허괴물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특허펀드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들이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내고 있지만 IV가 본격적으로 소송에 나선 만큼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들도 IV사에 돈 대신 특허를 출자하는 방식으로 국내 기업을 압박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최근 IV사가 국내 기업에 조 단위의 특허료를 요구한 것도 노키아가 보유하고 있던 특허인 것으로 추정한다. 한 특허전문가는 "경쟁업체끼리는 서로가 서로의 특허를 침해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송을 피하는 것이 관례"라며 "그러나 최근 노키아 등이 IV에 특허를 출자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경쟁업체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허괴물과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소송 압박 수위를 높임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부담하는 특허료와 특허소송 비용은 크게 늘고 연구개발비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의 한 특허팀 관계자는 "특허료 협상과 달리 특허소송은 자칫 수입금지 또는 판매금지 판결을 받을 수 있어 기업에 치명타가 된다"며 "기업들은 협상 때보다 소송을 진행할 때 상대방의 요구를 더 들어줄 수밖에 없는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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