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미국의 大選과 경제

손성원 美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미국 대통령선거가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이번 선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어떤 경제ㆍ외교정책을 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력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의 부침(浮沈)이 현직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01년의 경기침체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탓이라고 비난해도 되는가. 90년대의 호황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공이라고 치하해도 되는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국경제는 대형 비행기와 같다. 진로를 바꿀 수는 있지만 긴 시간이 필요하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정책보다는 외교정책을 통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늘날 세계경제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고유가다. 석유 수요는 늘어나고 있고 중동 지역의 불안으로 유가에 전쟁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만일 다음 대통령이 이라크ㆍ이란ㆍ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을 해소할 수 있다면 유가는 떨어질 것이다. 동시에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것이다. 이 경우 중동 석유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미국 및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일 다음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장기 잠재성장률인 3.5%보다 0.3%포인트만 높인다면 미국의 국내총생산은 5,000억달러 증가한다. 이는 가구당 소득이 5,000달러 정도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이 무엇을 했고, 또 무엇을 할 것인지는 장기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부시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세금을 큰 폭으로 깎았다. 이것은 단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됐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70년대와 80년대 미국은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금리가 두자릿수로 뛰었다. 여기에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마저 올랐다. 긴축통화정책과 큰 폭의 재정적자는 미국의 금리를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된다면 경제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지게 될까. 감세는 부시 행정부 경제정책의 키워드다. 부시 행정부는 소비에 대해서는 과세하되 저축ㆍ투자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도록 하는 세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소득 중에서 저축 또는 투자된 현금은 모두 과세하지 않되 세수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세를 도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쉽게 정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경제정책은 좋은 의도를 갖고 있지만 의회를 통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상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하원 또한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워싱턴 정가에서 ‘정체(grid lock)’로 불리는 현상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나눠서 차지하고 있으면 어떤 좋은 정책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렇다고 워싱턴의 ‘정체’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백악관과 의회의 의견이 갈릴 경우 세금을 깎거나 재정지출을 늘리기가 힘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재정적자를 더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과거 주식시장은 ‘정체’의 기간 동안 활황세를 보였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당이 집권하는 것이 주식시장에 유리한가. 역사적으로 주가는 민주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더 많이 올랐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 주가지수는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은 어느 당이 집권하는가에 관계없이 대통령이 바뀌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시장참여자들은 바뀐 대통령에 익숙해진 다음에야 기업실적 등에 초점을 다시 맞추게 된다. 단기적으로 경제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앞에서 지적했듯이 외교노선, 특히 이라크 정책이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외에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의 단기경제전망에 가장 큰 영향력을 쥐고 있다. 지금 미국 중앙은행은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FRB는 9ㆍ11 테러 이후 금리를 사상최저 수준까지 낮춰 경기부양에 힘썼다. 그러나 지금 미국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저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다. 다음 단계는 경기를 부양하지도 위축시키지도 않는 중립적인 수준까지 금리를 높이는 것이다. FRB는 이 작업을 내년 말까지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