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민들은 대안 없는 정치선동의 실체를 확인하면서 무엇이 진정으로 자신과 국가이익에 보탬이 되는지를 깨달았다. 시리자는 긴축안 폐지와 민간은행 국유화, 부유층 증세 등 달콤한 공약을 내걸어 긴축에 지친 국민의 환심을 사려 했다. 그렇지만 은행권에서는 하루에 수억유로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까르푸를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탈출이 러시를 이뤘다. 그리스 국민들이 포퓰리즘 공약들이 몰고 올 엄청난 폭풍의 예고편을 맛보면서 그것을 최종 거부한 것이 이번 선거 결과다.
그리스 국민에게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과거에 한국이 그랬듯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갚아나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약속했던 예산긴축과 연금삭감 등 긴축개혁을 수행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역시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가 결정된 만큼 과감한 그리스 구제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스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을 감안할 때 재정감축 속도에 맞춰 긴축조건을 어느 정도 완화할 필요성도 있다.
그리스가 혼돈에 빠졌던 것은 정부와 정권에 대한 국민의 혐오와 불신 때문이다. 과거 사회당 정권시절 폭증하는 정부 부채의 실상을 분식회계로 가렸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실망했다. 그 틈새를 운동권 출신이 이끄는 시리자가 파고 들었다. 기성 정권의 부패와 악습에 넌더리를 낸 국민들은 실현 가능성도 없는 무책임한 선동과 허무맹랑한 공약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리스 사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잇따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재정여건을 도외시한 무차별적인 포퓰리즘 공약이 총선 때에 이어서 또 쏟아져 나올 조짐이다. 그리스의 오늘이 그런 데서 시작됐음을 우리 국민들이 직시해야 한다.